26.6.25
'방어진 슬도에서'
평일날의 슬도는 한결 조용하고 여유롭습니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작은 찻집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수평선 너머 고요히 떠 있는 배들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는 것인지, 누군가를 마중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람이 잠들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갈매기 한 마리 되어 저 배에 날아가 조용히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슬도(瑟島)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에서 거문고를 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수백 년 동안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그 소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바다를 지키고 있습니다. 등대와 방파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푸른 바다와 하얀 포말(泡沫)이 마음속까지 말끔히 씻어 주는 듯합니다. 드라마 '메이퀸'과 '욕망의 불꽃'의 촬영지였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니, 이 풍경은 더욱 깊은 여운으로 마음이 새롭습니다.
항상 트렁크에 실려 있는 무전기를 포터블로 설치해 일본은 물론 서울, 제주, 영종도와 DX 교신도 했습니다.보이지 않는 전파가 바다를 건너 불특정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 콜싸인을 호출하면 벌써 저를 알고 CQ에 응답을 해 주는 OM님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하루가 이어지며 작은 수첩에 상대방 콜싸인을 메모하는 순간 서로가 감사함을 느낍니다. 언제나 신기하고 감동적입니다. 슬도의 파도 소리와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교신음이 어우러진 오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무선은 먼 거리를 연결하는 취미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자연을 함께 이어 주는 지루하지 않은 취미임을 틀임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글/채희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