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24
"시집 한 권에 담긴 가은의 시간"
가은초등학교 총동창회에서 34회 김달교 선배님으로부터 『보시는 바와 같이』라는 귀한 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현역시절에 품질문제 보고(브리핑)할때 생산과정에서 문제지적된 차량을 현상을 보여주기 위해 윗분(사장)에게 설명 할때 지시봉으로 여기서 "보다시피", 또는 분임조 발표할때에 월간단위, 수익성(收益性) 보고 할때 이 그래프에 '보다시피', '보시는바와 같이' 이른말을 자주 했습니다. 평소에도 책을 가까이하는 편이지만, 누군가 정성껏 건네는 책 선물은 언제나 허뭇한 기쁨으로 내려앉습니다. 더욱이 선배님의 두 번째 시집이라는 말에 기대감이 앞섰습니다. 표지 디자인부터 마음을 끌어당겨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고 시집을 펼쳐 들었습니다. 시집은 「보시는 바와 같이」, 「틈」, 「날름」, 「詩답잖은 생각」, 「삶은 마트」라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광부(鑛夫) 였던 아버지의 애절한 노동 현장과 삶의 고단함, 그리고 세월 속에서 틈틈이 작은 수첩에 적어 두었던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시 한 편 한 편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어진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그 모든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시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고, 마음에 와닿는 단어를 오래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정겨운 경상도 사투리는 오래된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따뜻했습니다.
동창회 사무국을 통해 어렵게 연락처를 구해 선배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시집을 읽고 난 뒤라 그런지 대화는 처음부터 친숙했습니다. 은성광업소 이야기, 무두실 이야기, 정정희 누님 이야기, 그리고 세상살이를 마트에 비유한 이야기까지. 늘 배우고 익히며 책과 함께 살아온 삶, 글쓰기를 취미로 삼는 모습은 제 삶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시를 낭만의 언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노동의 가치를 몸소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더욱 깊은 시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힘겨운 삶의 현장을 지나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솔한 언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은성광업소 왕릉 4구 500번지, 깊은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캐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갱도 속 검은 석탄가루와 거친 숨소리,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던 막걸리 한 사발까지. 어린 시절 눈에 담았던 풍경들이 세월을 지나 시가 되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가끔 등장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더욱 친근했습니다. 그 속에는 같은 문경, 같은 가은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탄 냄새와 흙 냄새, 가은말투의 투박하면서도 촌 그럽기도 하지만 듣는 난 그냥 옛 고향의 그리움이 였고 또한 사람 냄새가 묻어 났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 아버지의 일기장처럼 적혀 있는 삶의 기록들을 만날 때면, 가슴 한편이 서늘해지면서도 "아, 그랬구나" 하는 공감(共感)이 밀려왔습니다. 좋은 시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위대한 시는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김달교 선배님의 『보시는 바와 같이』는 저에게 그런 시집이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광산촌의 기억과 부모 세대의 땀방울, 그리고 고향 가은의 정서를 다시 만나게 해 주신 선배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시집 한 권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세월은 흘러도 고향은 사라지지 않고, 부모님의 땀은 시가 되어 남으며, 삶의 흔적은 결국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못난 딸」은 단순히 아버지를 추억하는 시가 아닙니다. 시인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아버지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딸의 참회록을 담담하게 써 내려갑니다. "후회의 송곳에 찔리고 또 찔리는 못난 딸"이라는 표현은 읽는 이의 가슴까지 저리게 합니다. 살아생전 아버지의 거친 손마디와 굽은 어깨, 말없이 감당했던 삶의 무게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자식의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배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곁에 계실 때는 보지 못했던 희생과 사랑이, 세월이 흐른 뒤에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아픔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시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부모를 먼저 떠나보낸 모든 자식들의 고백처럼 다가옵니다. 시인은 자신의 무심함을 꾸짖으며 아버지 앞에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그 깊은 반성은 후회에 머물지 않고, 남겨진 삶을 더욱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못난 딸」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의 노래이자, 늦게 찾아온 깨달음의 기록(記錄) 이며, 부모님의 사랑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참회(慙悔)의 詩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채희동


검은 한숨 / 김달교
탄가루를 뒤집어쓴 지붕과 골목길 가은읍 왕릉 4리 500번지
닥지닥지 붙어 있던 은성광업소 사택의 밤은 늘 시끄러웠다
고래고래 욕설 퍼붓는 소리에 밥상은 나동그라지고 유리창은
깨지고 그 악다구니를 내려다보는 전봇대만 잠잠했다
우리 집도 툭하면 싸웠다 어쩌다 광산촌까지 떠밀려 왔다며
벌컥벌컥 화를 내는 아버지와 도탄교 끝점방에서 잡화를 팔던
엄마사사건건 부딪쳐 불꽃을 튕길 때마다 집채만 한 불안에
깔려 나는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옥녀봉돌아 무두실 사는 정희는 공동목욕탕이 있는 사택에
살고 싶다"라고 했지만 모르는 소리였다.
갱도가 무너져 석탄 수레에 실려 나오는 싸늘하게 식은
아버지들, 그 주검을 덮고 있는 검은 거적때기를 보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고인을 위한 묵념 사이렌이 사택
주변 골골 에 울려 퍼질 때마다 구랑리까지 이어진 검은
강물은 울면서 울면서 흘러갔다
지금은 폐광이 되어 강물은 물빛을 되찾았다 관광객이
오가는 석탄박물관에는 아버지들의 땀과 눈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 점 한 점이 다 아픔인 것들 깊은 땅속 막장에 매몰된
수백만 톤의 한숨은 채굴 못한 채 묻혀 있다.
잿빛 추원전/김달교
나 어릴 적 은성광업소 안팎은 온통 껌정이었지
미운 아버지 이 술 저 술 앉혀놓고 부어라 마셔라
긴 밤 홀딱 새울 때 수심 깊은 엄마의 새까만
품속으로 숨어들곤 했었지 까마귀 우는 어둑한 날
아버지, 산속 추원 전으로 훌훌 떠나실 줄 몰랐지
납골당 유골함 속은 낮밤 없이 어두울 텐데 겁 많고
인정 많은 우리 아버지 팔다리 시려 몹시도 힘드실 텐데
너무 늦은 후회의 송곳에 찔리고 또 찔리는 못난 딸 보이시는지.
이 노래는 가수 조영남 선생님께서 곡을 붙이고
작사는 그 유명한 드라마 김수현작가 선생님께서 쓰신 가사말입니다.
존경하는 분이라서 시와 일치 하지는 않지만 '지금'이란 표현은 여러가지 포함 되어 있다.

《문경사투리》 《버리기 아까운 말》
머하노?
둔누서 내 이자 쭉디기 신세라 골병든 몸띠 내던져 노코 단도리 하는 중이다 와? 다리는 그카지마고 병원에 언능 댕기오리간다 그라키 댕기삿티만 비루빡이 땡기더나 배꾸러 방빠닥에 무까노코 뜨신데서 찌질라만 싸게 누삐라 병은 왜 놨노? 아들 줄라고 배차적 꾸서 시카노코 들마리 어분데기 안잤는데, 갱시기 뜨시게 끼리 놨다고 바데 부튼 양찰지붕 아지매가 오라캐서 싸리문 지두카노코 댕기왔지?
그라고는 속씻잔지 당글라꼬 씨사가 삐들빼들 그렁지에 나리비로 널어노코 마늘 쪼매 쪼숫코 꾸깽에 내던져논 갱엿 노기는 중에 스텡 드라이에 몬다 다마가 퍼떡 일라 서는데 하누리 노래여. 눈물까지 따라온데, 갱빈 어불데기 에 몬타나 꼬불 땡띠기도 없는 지꾸석에 내조아 온 쥐로 친정 부끄럽바 누네 안띠기로 니진든끼 버틴는데 살만하께 이래 우에여?쓰잘데기 없는 소리 지끼지 말고 뿌떼기 가데도 괜찮으니 데끼리께 끼입고 퍼떡 병원에 댕기오니라 천지삐까리에 시상 좋아져 음양이 디지버 졌는데 억울해서 우예가노 니 가 정신 채리야 될꺼 아이래? 삐뺀내로 북 맹거리 까꾸리 에 걸어 내려주실기다 하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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