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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취미활동(挑戰)/▶인문학공부(人文學)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

by 사니조아~ 2026. 5. 27.

26.5.27
주자십회(朱子十悔訓)
어릴 적 시골집 사랑방 한켠에는 세월에 빛이 바랜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그 종이에는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고, 아버지는 늘 그 앞에서 우리 남매를 불러 세우곤 하셨다. 어린 마음에는 어려운 한문 문장이 무슨 뜻인지 다 알지 못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의 등불이었다.

아버지는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지키며, 건강할 때 몸을 돌보라는 뜻이었다. 사람은 잃고 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고, 그때 가서 후회한다는 것을 아버지는 평생의 삶으로 가르쳐 주셨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말씀 속에는 늘 ‘회(悔)’라는 글자가 따라다녔다. 잘못 살고 뒤늦게 뉘우치는 삶을 경계하신 것이다.

집안 책장에는 아버지가 늘 가까이하시던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 가운데 ‘가정의례준칙’이라는 오래된 책도 있었다.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그 책의 첫 장부터 아버지는 정성껏 읽으셨고, 나 또한 연습장에 ‘주자십회’를 한 자 한 자 필사(筆寫)하며 따라 적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단순한 글쓰기 연습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였다.

송나라 유학자 주희가 남긴 주자십회는 “사람이 살아가며 때를 놓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열 가지”를 담고 있다. 젊을 때 학문에 힘쓰지 않은 것, 부모에게 효도하지 못한 것, 건강을 돌보지 않은 것, 친구와의 의리를 소홀히 한 것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들을 수 없는 가르침이다. 특히 아버지는 “나이 들기 전에 과식하지 말고, 술을 절제하며,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건강 또한 삶의 도리이며 가족을 위한 책임이라는 뜻이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사람 사는 이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현대적으로 풀어 보면 주자십회는 결국 “후회 없는 삶을 살아라”는 이야기다. 부모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하고, 형제와 친구를 아끼며, 건강할 때 몸을 돌보는 일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이제는 세월이 흘러 아버지의 그 음성이 더욱 그립다. 사랑방 벽에 붙어 있던 빛바랜 주자십회훈처럼, 아버지의 가르침 또한 내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바래지 않는 삶의 푯대가 되고 있다. 글/채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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