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6(토) 무두실 동그레봉 앞 17:00
「무두실, 그리움이 머누는 고향」
가은 두매산골 무두실, 그리운 금강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무두실 친구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어느덧 인생의 육십 중반에 접어든 우리는 이제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사실에 깊이 공감(共感)합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 가슴속에 품고 있는 작은 꿈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그 어떤 보약보다 값지고 따뜻했습니다.말로만 듣던 동그레봉 아래 무두실 산천은 재선충의 흔적조차 없이 푸르고 청정(淸淨)했습니다. 정성껏 차려진 저녁파티 테이블에 둘러앉아 밤하늘의 별 하나, 별 둘을 헤아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취기(醉氣)가 오르는 줄도 몰랐고, 마음은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가장골과 뒤골, 수리봉, 뒤골을 오가며 가재를 잡고, 소풀을 하며 소를 몰고 다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수양산 아래에서 감자를 캐고 친구들과 말타기 장난치며 뛰어놀던 기억들은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꿈결 같은 열 살, 열다섯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색이 바랜 옛 사진 한 장 한 장을 들여다보며 까무잡잡한 얼굴과 해맑은 웃음 속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껴봅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 무두실은 백여 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습니다. 골목길은 비좁았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학교를 오가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 우리에게는 배움보다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부모님과 선대들은 새벽부터 밤늦도록 땀 흘리며 가족(家族)을 지켜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고단한 삶과 희생 위에서 성장했습니다. 가난은 있었지만 정은 넘쳤고, 가진 것은 적었지만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오히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세월은 흘러 머리에는 흰 서리가 내려앉고 얼굴에는 삶의 주름이 깊어졌지만,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친구를 향한 우정만은 여전히 푸르고 싱그럽습니다. 각자의 삶터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친구들아, 이제는 조금 천천히 걸어가도 좋겠다. 건강을 챙기며 서로를 응원하고, 웃을 수 있을 때 마음껏 웃자. 오늘의 만남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우리 삶을 더욱 따뜻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젊은시절은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국어와 영어, 수학과 사회를 배우며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배움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년(停年)을 지나 인생의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길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문화와 예술을 벗 삼아 각자가 간직한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배우고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산을 오르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저마다의 꿈을 다시 피워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오랜 친구들과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와 웃음입니다. 함께한 세월이 있기에 말 한마디에도 정이 묻어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격려(激勵)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우정은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자산입니다.
이제 남은 인생은 경쟁(競爭)보다 공감으로, 성공보다 행복으로 채워가고 싶습니다. 오늘의 만남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를 바랍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 무두실의 푸른 산과 맑은 물, 친구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친구들 사랑해 글/채희동



원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