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11~12(1박 2일) 김천여행
봄 향기 따라, 다시 이어진 김천만남.
지난해 늦가을 울산에서의 만남 이후 시간은 흘러, 계절은 한 바퀴를 돌아 우리 앞에 다시 봄을 데려다 놓았습니다. 금년 4월 중순,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마음만은 먼저 봄이 되어 우리는 김천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백두대간의 중심에서 있는 황악산 (1,111m)은 넉넉한 품으로 우리를 감싸 안고 병풍처럼 둘러선 산세는 말없이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었습니다. 천년의 숨결을 간직함을 떠올리며 이곳의 시간은 사람보다 느리게 흐르고,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잠시 삶의 속도를 내려놓았습니다.
첫 여정은 김천부항탬 둘레길을 트레킹 코스었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풍경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오래전 화전놀이의 기억을 불러오듯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서툰 듯 앙증맞은 표정을지어 보지만 세월의 결은 숨길 수 없어도 그 안에 담긴 웃음만은 오히려 더 깊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하늘 위를 가로지르는 집라인을 바라보며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길, 천천히 걷는 길을 택 했습니다. 그 선택 속에 우리의 나이와 우리의 지혜가 함께 있었습니다. 지례에서 맛본 흑돼지 삼겹살은 노릇하게 익어가는 소리만으로도 우리의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구수한 된장찌개의 온기는 그날의 대화를 오래도록 따뜻하게 데워주었습니다. 차 한 잔 앞에 두고 南 총무님의 조용한 목소리로 이어진 일정 안내, 그리고 ‘안전하게 함께하자’는 다짐은 단순한 여행의 약속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배려와 신뢰의 표현이었습니다.
보약 같은 친구들과, 김천의 아침을 나누다. 이른 아침, 조용히 깨어나는 산자락 아래 따뜻한 한 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성으로 끓여낸 인자의 명품 전복죽 한 그릇, 그 깊고 부드러운 맛에는 마음까지 풀어내는 온기가 담겨 있었고, 윤서가 손수 차려낸 반찬 하나하나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하여 한 젓가락, 한 젓가락마다 사람의 정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저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나누는 조용한 아침의 의식 같았습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차 향기 속에서 웰빙 보이차 한 잔을 마주하니 반평생을 차와 함께한 월하 茶 이야기들이 잔잔한 물결처럼 퍼져 나옵니다.
말은 많지 않아도 그 향기와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 그 순간 문득 떠오른 말, “보약 같은 친구”라는 노랫말처럼 우리의 인연도 삶을 버티게 하는 따뜻한 힘이었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걷고, 함께 밥을 나누는 이 평범한 순간들이 사실 가장 귀한 시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이제 발걸음은 이어지고, 천년의 고요한 산사에서 우리의 하루 또한 차분히 마무리되어 되어 갑니다. 서두르지 않고, 다치지 않고,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안전하게 여정을 마치기를 바라는 마음. 돌아가는 길 위에서도 오늘의 따뜻함이 오래 남아 각자의 삶 속에서 작은 위로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김천의 봄날, 그리고 우리. 그날의 향기와 온기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숙소에 모여든 늦은 친구들까지 더해지자 이야기는 끝을 모른 채 이어지고 밤은 짧고 아쉬운 시간으로 흘러갔습니다. 봄은 늘 새로운 시작을 말하지만 우리에게 봄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따뜻한 계절입니다. 꽃은 지고 또 피지만 사람 사이의 정은 그보다 더 오래, 더 깊게 남습니다. 이번 김천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의 결을 함께 어루만지는 시간,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조용한 약속의 자리였습니다. 은은한 봄 향기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 우리의 하루. 그날의 바람과 웃음과 온기를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글/채희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