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28(화) 14:00
봄이지만 좀 쌀쌀한 계곡트레킹을 하고 왔습니다. 아내와 함께 울산 동구 남목의 옥류천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좀 빠르게올랐습니다. 옛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계곡길은 폭이 넓어졌고 오르는 길목마다 붙어 있는 경고문(警告文)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문구들, 개인의 욕심이 잠시 빌려 쓴 자연의 자리들이 이제는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듯, 조용하지만 단호(斷乎)한 목소리로 서 있었다. 맑은 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그 곁에 놓인 흔적(痕跡)들은 사람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했다.햇살은 이미 여름의 문턱에 닿아 있었고, 21도의 공기는 가볍게 땀을 부르게 했다. 물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니 어느덧 옥류천 체육공원까지 이르렀다. 1.8km의 길, 그리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마음속에서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함께 걸어왔다.
이정표를 따라 동축사와 마골산을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발걸음은 자연스레 옛날로 향했다. 30년전, 희망과 꿈으로 가득했던 청춘의 시절. 남목에서의 삶은 그 자체로 따뜻한 기억이다.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 오르내리던 산길, 숨이 차오르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던 날들. 유치원 가기 전의 아이와 함께한 그 시간들은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보석 같은 장면으로 남아 있다. 부품본부까지는 고작 2km 남짓, 젊음은 그 거리를 가볍게 품고 살았다. 특히 부처님 오신 날이면 부처님 오신 날의 연등을 손수 접으며, 절집의 은은한 불빛 속에서 삶의 소박한 기쁨을 배웠다. 그 시절, 스님의 법문은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작은 등불 같았고, 나는 그 빛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성실히 걸어갔다.
오늘 다시 찾은 동축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통도사의 말사로서 오랜 시간을 지켜온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대웅보전 앞에 두 손을 모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기도가 되었다. 거창한 소망이 아닌, 그저 가족의 건강과 평안. 아들, 딸, 손녀, 사위와 며느리까지, 모두가 무탈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용히 발원(發願)했다.절 뒤편 바위에 올라서면, 한때는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이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서 있던 풍경이 떠오른다. 산업의 기운이 넘치던 그 시절, 바람에 펄럭이던 깃발처럼 우리의 젊음도 힘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산길에 만난 체육공원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축구장과 농구장, 잘 정비된 산책로와 휴식 공간, 그리고 밝게 켜진 조명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空間)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보며, 남목 또한 세월 속에서 단단히 성장해왔음을 느꼈다. 오늘의 길은 약 5km. 그 길 위에서 나는 단순히 걸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되짚고 삶을 되새겼다. 계곡의 물처럼 흘러온 세월 속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옥류천은 여전히 흐르고, 동축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그리고 그 길을 걷는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나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1.산정(山情) > ▶봄 (春)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속리산/문장대1054m (1) | 2026.05.07 |
|---|---|
| 천황산 1,189m QSO (2) | 2026.05.04 |
| 고위봉/석불좌장 (0) | 2026.04.24 |
| 금오산(金鰲山) (0) | 2026.04.17 |
| 간월산1,069m (1) | 2026.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