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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산정(山情)/▶봄 (春) 산행

고위봉/석불좌장

by 사니조아~ 2026. 4. 24.

26.4.24(금) 10시
경주고위봉 496m /침식곡석불좌상(寢息谷 石佛坐像)

경주의 봄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언양에서 만나 경주 남산 고위봉 자락 아래로 문화유적탐험가(진희영 님)과 와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백운암 주차장(내남면 노곡리 산224)주차하고  시작된 길은 처음엔 익숙한 듯했으나, 곧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산길로 이어졌다. 희미해진 길 위에서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은 숲 사이로 부서져 내려왔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걷고 있었다. 문화유적 탐험가와 함께한 두 번째 산행  호기심은 발걸음을 재촉했고, 침묵은 길을 더 깊게 만들었다. 약 30분쯤 지났을까. 작은 입간판 하나가 우리를 멈춰 세웠다. 그곳에, 이름조차 특유한 침식곡(寢息谷)석불좌상(石佛座像)이 였습니다.

머리는 이미 사라지고, 광배 또한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몸은 여전히 단정했다.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두 손으로 항마촉지인을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은 세월을 초월한 신라의 역사를 품고 있었다. 통일신라의 시간, 8~ 9세기 사이의 숨결이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두 손을 모아 삼배를 올렸다. 바람이 한 번 스치고 지나갔다. 그날의 목적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었다.숨겨진 ‘샘터’를 찾는 작은 사명 같은 것이었다.능선을 따라 오르고, 다시 내려가고, 또 헤매기를 반복했다. 약 150미터 넘게 숲을 헤치며 찾아 나섰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뜻밖에도 가까운 곳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석불좌상에서 불과 50미터 남짓. 화강암 바위틈 사이에서 맑은 물이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이곳이 단순한 산속이 아니라 옛 절터의 흔적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곁에는 오래된 석절구통까지 남아 있었다. 누군가의 기도와 삶이 머물렀던 자리. 우리는 20년 만에 다시 발견된 샘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물은 여전히 맑았고,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 백운재 삼거리에 닿자, 비로소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어지는 길은 한결 분명해졌고, 고위봉 정상까지는 700미터. 발걸음은 조금 더 가벼워졌다. 정상에 올라선 순간, 커다란 정상석이 우리를 맞았다. 그 앞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산을 오른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마라톤의 결승선을 통과하듯, 정상에 선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완성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끈기를 지나왔다.

하산길은 급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백운암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삼배를 올리고, 아쉬운 마음으로 천왕지산(428m)을 향했으나 종종걸음을 하였으나 끝내 정상표지석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산이 주는 여백이라 여겼다. 그날의 산행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깊었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의 발걸음이 겹쳐진 하루였다. 마지막으로 봉계의 한 자리에서 매운탕을 나누며, 우리는 웃었다. 함께한 길 위의 시간은 이미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다음 길도, 이처럼 따뜻하기를 간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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