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10(금) 15:20
간월산(肝月山) 에 다시 올라섰습니다. 오랜만에 신불산 공룡능선을 타고 신불산을 찍고 이곳에 닿으니,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은 오히려 해 냈다는 마음으로푸듯해집니다. 정상석에 올라서자, 세상은 마치 숨을 멈춘 듯 적막했습니다. 간월산 정상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정막강산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혼자’라는 감각을 온전히 느낍니다. 배내봉까지 2.6km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배내봉, 그리고 이어지는 긴 능선들… 언젠가는 배내재에서 출발해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천황산, 능동산까지 이어지는 환주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러나 그 길은 체력뿐 아니라 함께 동행을 요구하기에 철저한 체력확보 식량 안전장비 등이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을 해 주니 감히 시작했다가는 중도에 포기하고 부상을 당하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홀로 걷기에는 산이 너무 깊고, 길이 너무 깁니다. 그래서일까, 가끔 마주치는 산꾼들의 뒷모습이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간월재 대피소에서 잠시 머물며 휴대폰을 충전하고, 다시 간월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곳에서 비박을 하며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나누던 옛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그때(1985년도) 가 좋았는데 그때의 웃음과 열정, 그리고 별빛까지도 함께 오늘 산행은 분명 만만치 않았습니다. 헬스장에서 단련한 체력 덕에 오르는 길은 견딜 만했지만, 하산길에 접어들어 홍류폭포로 내려설 즈음, 발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한 통증이 오늘의 무게를 말해줍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 정도의 고통은 산이 건네는 작은 인사처럼 느껴집니다.
능선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장엄했습니다. 신불산 너머로 천황산과 재약산, 능동산, 그리고 배내봉까지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서도 ‘아직 갈 길이 태산’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며듭니다. 문득, 등산교실 시절이 떠오릅니다. 2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13명이 하나 되어 비를 맞으며 걸었던 그날들 힘들었지만 함께였기에 견딜 수 있었던 시간들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이 산을 더 잘 알고, 내 몸의 한계를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일부러 길을 벗어나려 애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20년 만에 다시 선택한 길, 동래 정씨 묘를 지나 내려오는 옛 하산로 시간이 흘렀어도 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오히려 더 단정하게 다듬어져 나를 맞아줍니다.
계곡에 다다라 발을 담그니 차가운 물이 오늘의 피로를 조용히 씻어냅니다. 옛 간월산장에서 잔치국수와 시원한 막걸리를 팔던 그 자리, 그곳에서의 족탕은 하나의 의식처럼 오늘 산행의 끝을 알립니다. 12km, 7시간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의 밀도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산과 나 자신을 마주했습니다. 홀로 걷는 산길은 때로는 외롭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더 깊은 나를 만나게 합니다. 오늘의 신불산과 간월산은 말없이 나를 품어주었고, 나는 그 품 안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삶으로 내려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