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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족화합(道理)/▷아버지역활(役割)

안동댐

by 사니조아~ 2026. 3. 11.

1978.8
무두실 어른들 안동댐여행  
1976년 3.15, 문경 가은 무두실어른들은 모처럼 들뜬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고향 무두실 마을에서 이장님을 중심으로 몇 분씩 모여, 지금으로 말하면 작은 단체 여행 같은 안동댐 구경을 떠난 날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셨지만 저는 이 글을 아버지(諱, 昌植)의 일기장에 기록된것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며 생전에 아버지와의 23세 전까지 대화를 더듬어 쓴 글입니다. 그당시  무렵 막 준공된 안동댐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큰 이야기였습니다. 낙동강 상류 깊은 골짜기를 막아 세운 거대한 댐,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넓은 호수 안동호는 당시 농촌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놀라운 풍경이었습니다. 버스에 올라타고 먼 길을 달려 안동에 도착했을 때, 어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물의 바다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산골짜기와 논밭이었을 자리들이 깊은 물속으로 잠기고, 그 위에는 바람 따라 잔잔한 물결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때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1971년에 착공된 댐이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해와 겹치고, 졸업을 하던 무렵에 완공되었으니 어린 시절의 시간과도 함께 흐른 셈입니다. 마치 내 학창 시절의 기억과 나라의 큰 공사가 나란히 이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시 이 거대한 공사로 약 2만 가구가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다는 이야기도 어른들의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누군가는 물에 잠긴 고향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아쉬움과 기대가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안동댐은 단순한 댐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 모인 물은 낙동강을 따라 흘러 내려가 대구와 부산, 울산과 마산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도시의 식수와 산업을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또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 내고, 홍수를 막아 주며, 넓은 농지에 물을 보내 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댐 위에 서서 한참 동안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높이 80미터가 넘는 둑 아래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물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담배를 한 모금 피우며 “참 큰 세상이 되었구나” 하고 말했습니다. 그날 찍은 사진 한 장에는 마을 어른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양복 차림의 어른도 있고, 모자를 쓴 어른도 있고,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과 함께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 있습니다. 나라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본 날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 그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것은 단순한 여행 사진이 아닙니다.

한 시대가 지나가고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되던 1970년대 한국의 풍경, 그리고 고향 사람들의 소박한 나들이와 마음이 함께 담긴 기록입니다.잔잔한 물결을 품은 안동호 위로 그날의 바람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사진 속 어른들의 표정은 아직도 그 시절의 시간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아버지 일기장에서 발췌 채희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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