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24
무두실 선영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마음부터 풀어놓게 합니다.
친인척이라 해봐야 형수님, 이모 집 형수님뿐이지만
그 길 위에 서면 사람의 수보다 기억이 더
많이 동행합니다.
무두실로 오를 때면 나는 늘 작천 1리를
경유합니다. 어린 시절 등하굣길,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작천은
사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과 힘의 부족이 만들어낸 마음의
간격이었겠지요.
이제 작천 1리 부락은 재건축을 거쳐
전원주택의 모양을 갖춘 집들이 하나둘
들어섰고, 그 풍경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세월은 느리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천 1리를 지나 오르니 ‘고지미’가 보이고,
농지개발로 논은 공장부지로 바뀌어
예전의 형상은 온데간데없이 달라졌습니다.
도장골, 무내, 옥여봉…
이름만은 그대로 남아 무두실 이정표를 세우고 있었지만
반가움보다는 낯섦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밭농사가 전부이던 시절,
생산성이라야 담배농사뿐이었는데
지금은 감홍사과 같은 고소득 작물로
출향민들이 다시 돌아와
땅에 희망을 심고 있습니다.
부디 몸 다치지 않는 선에서,
잘 준비해 풍성한 결실로 이어지길
마음 깊이 응원해 봅니다.
우리 무두실도 작천 1리 못지않게
신축으로 이주하신 분들이 늘어
마을의 숨결이 한결 따뜻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부모님 산소입니다.
백설기 시루떡처럼
선영 위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소복이 내려앉아
말없이도 깊은 운치를 전합니다.
동절기 제초제를 뿌리며
올해는 잔디가 살아나고
잡초는 말끔히 물러가길 바라봅니다.
사람도, 땅도, 기억도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단단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눈 덮인 산소 앞에서 조용히
기도해 봅니다.
읍내 모처에서,
오래간만에 삼겹살집에 앉아
형수님과 조카와 함께한 점심은
그 자체로 한 상의 안부였습니다.
불 위에서 지글거리며 익어가던 고기처럼
말수는 많지 않아도
마음은 천천히, 따뜻하게 익어갔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건강 이야기가 먼저 오르고,
웃음 한 점씩을 곁들여
소박하지만 든든한 시간을 나눴습니다.
그 자리에서 빌어봅니다.
모두가 큰 탈 없이
아프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제 나이만큼의 속도로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기를
그리고 든든한 용수 내외,
무두실에 뿌리내린 그 선택이
계절마다 확신이 되고
해가 갈수록 평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고
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그 땅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그 땅에 기대어
편안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삼겹살 한 끼에 담긴 것은
배부름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안녕과 바람이었음을,
그날의 점심은
오래도록 마음을 든든하게 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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