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22
동짓날, 동지 팥죽 한 그릇 얻어먹으러
이른 아침 통도사로 향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본당에 9시 도착했으나, 주차장은 이미 만차
차를 세우기까지 한참을 돌아
발품부터 팔아야 했습니다.
사람은 많았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고요해졌습니다.
관음전에 들어
빠빳한 지폐 한 장 올려놓고
지나온 한 해를 천천히 돌아봅니다.
세상 속에서 건강으로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의
무사와 건승을 빌었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갔던 문경 봉암사.
목침 곁에 늘 놓여 있던 불경,
새벽녘까지 끊이지 않던 부모님의 독경 소리.
그 소리는
기도이자 삶이었고,
집 안의 숨결이었습니다.
절집의 운명은 주지스님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사실 사찰을 살리는 힘은
공양간에 있습니다.
공양보살 한 분의 작은 미소,
부드러운 말씨 하나가
절의 분위기를 밝히고 어둡히기도 합니다.
절집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친절
입가에 머무는 환한 미소가
가장 큰 재산입니다.
공양보살을 잘 모시는 순간
그 사찰은 자연스레 공경 속에 머뭅니다.
공양간의 모든 재물과 인연은
그분들의 손을 거쳐 흐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1순위는
큰스님이 아니라
묵묵히 공양간을 지키는
보살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로암 북극전에서
조용히 108배를 올렸습니다.
땀과 함께 욕심도 내려놓고
호흡과 함께 마음을 비워냅니다.
극락암에 내려오니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어느 처사의 이야기가
곁에서 들려옵니다.
공양간을 둘러싼 말들,
음식 하나로 시작된 불자들 간의
작지 않은 파문.
그로 인해 신도들이
비로암으로 옮겨왔다는 소문까지.
사찰도 결국 사람 사는 곳.
불자들의 마음을 제때 헤아리지 못하면
배는 물에 잠기듯
조용히 가라앉고 맙니다.
그래서 나는
‘옴 마니 반메 훔’
원명스님의 범문 주문을
마음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말보다 기도가 먼저이고,
판단보다 성찰이 앞서기를 바라며.
동짓날의 통도사는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