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10
"논두렁 끝에서 기다리시던 아버지"
오랜만에 울산문화예술회관을 찾았습니다. 환경을 주제로 한 그림들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니, 화려한 색채보다 더 깊이 마음을 울리는 것은 한 편의 시였습니다.『울 아버지 』라는 제목 앞에서 걸음을 멈춘 순간, 제 마음도 어느새 어린 시절의 고향 들녘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가을볕이 논바닥에 내려앉고, 바람에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면 학교를 마친 아이는 책보따리를 메고 좁은 논둑길을 걸었습니다. 저만치 논에서 허리를 굽혀 일하시던 아버지는 아이의 모습을 먼저 알아보시곤 흙 묻은 손을 털 새도 없이 환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우리 아들 학교 갔다 오나. 선생님도 잘 계시고, 친구들도 다 왔더나?” 그 한마디에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흙에 젖은 삼베옷, 햇볕에 그을린 얼굴, 굳은살 박인 손…. 아버지는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자식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크게 품어 주셨습니다. 논은 한 해 농사를 키우는 곳이었지만, 아버지는 그 논에서 자식의 꿈도 함께 키우셨습니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모를 심고, 한낮의 뙤약볕을 견디며 김을 매고, 저녁노을이 산등성이를 물들일 때까지 흘린 땀방울은 모두 자식의 내일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덧 저도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버지가 사랑을 말하지 않으셨던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사랑을 살아내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굽은 허리는 가족을 지탱한 세월이었고, 거친 손마디는 자식을 향한 헌신의 흔적이었습니다.문득 고향의 논둑길을 다시 걷고 싶어집니다. 황금빛 들녘 위로 잠자리 한 마리 날고, 개울물은 여전히 맑게 흐르며, 감나무 끝에 붉게 익은 감 하나가 가을을 붙들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 길 끝에는 여전히 아들을 기다리며 손을 흔들어 주실 것 같은 아버지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그림은 눈으로 감상하지만, 어떤 작품은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시는 오래도록 가슴속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는 한 편의 시이며, 고향의 들녘은 그 사랑을 영원히 간직한 가장 아름다운 화폭입니다. 오늘도 바람이 논 사이를 스쳐 갑니다. 그 바람결에 들려오는 듯합니다. “우리 아들, 잘 왔나.”그 한마디가 평생을 살아갈 힘이었음을, 이제야 조용히 가슴에 새겨 봅니다.황동욱님의 「울 아버지」이라는 자작詩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책보따리 를 메고 논길을 걸어오면 논일 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너무 반가워 아버지, 아버지하고 부르면 흙에 젖은 삼베옷 둥둥 걷어시고 아들 학교갔다 오나. 선생님도 잘 계시고 동무들도 다 왔더나?" 하시며 흙손으로 들어 안아주시던 우리 아버지 무논둑 걸어가면 아버지가 그립고 그립습니다." 한경선 작가의 쓴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림은 눈으로 보지만,어떤 작품은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그 순간 자연스럽게 황동욱 시인의 시들이 떠올랐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특히 황동욱의 시를 생각하면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젊은 날에는 사랑을 기다리고,중년에는 삶을 돌아보고,세월이 흐른 뒤에는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글 /채희동








'2.여정(旅情) > ▷문화예술(藝術)'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보도자료사진전 (0) | 2026.08.20 |
|---|---|
| 제25회 울산칠월칠석 (0) | 2026.08.19 |
| 군성사석화박물관 (0) | 2026.07.28 |
| 전국서예문인화대전 (0) | 2026.07.20 |
| 월하김용미/國典入選 (0) | 2026.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