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13(토) 13:00 / 가은초등학교 교정
'故鄕情深(고향정심) 동그레봉 아래서 만난 사람들'
가은읍 작천리 무두실의 동그레봉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두실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그 어떤 명산보다 높고 깊게 자리한 고향의 상징입니다.마을 앞에 둥글게 솟아 있는 봉우리라 하여 예부터 사람들은 정겹게 "동그레봉"이라 불러 왔습니다. 무두실 위담에서 보면 동그레봉이 보입니다 동그레봉은 단순한 산이 아닙니다. 가장골과 안골, 작은장골과 식기등골, 셈골을 품고 있는 우리의 어린 시절이자 추억의 고향입니다. 봄이면 진달래꽃 따라 산길을 오르며 나물을 캐고, 여름이면 소를 몰고 골짜기를 누비고, 가을이면 도토리와 밤을 주우며 뛰놀던 놀이터였습니다.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는 진산(鎭山)이었고, 객지에 나간 사람들이 꿈속에서도 그리워하던 고향의 풍경이었습니다.
오늘 가은초등학교 양산관에서 오랜만에 무두실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운 상우 형님도 만나고, 무려 47년 만에 다시 만난 누님도 있었습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렀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그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 반가웠습니다. "우리 사진 한 장 남깁시다." 옛 무두실 사람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팔장을 끼고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시던 누님들도 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함께해 주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 별것 있겠습니까?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그리운 것이 사람 사는 일 아니겠습니까.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큰 인연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인연(因緣)이라 하고, 옛사람들은 "천리인연일선견(千里因緣一線牽)"이라 하였습니다. 천 리 먼 곳의 인연도 한 가닥 실로 이어져 만난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찍으며 문득 동그레봉 아래에서 살아가던 부모님 세대가 떠올랐습니다.
벌써 이미 다 고인되었지만 동그레봉을 중심으로 시피, 시굿재를 넘고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해 오던 생각, 풀지게를 지고 소를 몰던 모습, 담배농사와 밭농사로 자식들 공부시키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허기진 배를 움켜쥐고서도 자식만은 잘되기를 바라며 평생을 살아오신 부모님들 그 시절 이야기를 떠올리 면 누구나 가슴 한편이 먹먹해집니다. 눈물 나는 한 편의 소설이 따로 없습니다.세월은 흘러 우리도 어느덧 인생의 황혼길에 들어섰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친구를 반가워하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고향은 멀리 있어도 마음속에는 늘 가까이 있습니다.동그레봉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듯이 우리들의 추억 또한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누님, 형님, 동생." 정겹게 이름을 부르며 "오늘 차 한잔 하시더." 웃으며 손을 맞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향은 사람을 잊지 않고, 사람 또한 고향을 잊지 못합니다.
故鄕情深(고향정심)이라말이 있는데 . 고향의 정은 세월이 흘러도 더욱 깊어질 뿐입니다. 동그레봉 아래에서 함께 웃었던 오늘의 인연을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하며,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란 노래를 띠움니다. 글 /채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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