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18
울릉도 탑방
푸른 바다 끝에서 짙은 안개를 헤치고 나타나는 섬,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한켠이 설레는 섬이 있다. 바로 울릉도 이다. 나는 울릉도를 그리 자주 가진 않았다. 손가락으로 꼽아보니 다섯 번쯤 되는 것 같다. 그 첫 인연은 1987년 겨울이었다. 스물넷 젊은 청춘의 혈기 하나로 월급 두 달을 모아 배낭 하나 둘러메고 성인봉을 향해 떠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의 울릉도행 배는 지금처럼 편안하지 않았다. 12시간 넘게 세찬 풍랑을 헤치며 가는 작은 배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좌우로 15도씩 기울었고, 마치 거대한 놀이기구를 탄 듯 흔들렸다. 끝없이 밀려오는 멀미에 하늘마저 노랗게 보였지만, 멀리 수평선 끝에서 신비롭게 떠오르던 울릉도의 첫 모습은 그 모든 고통조차 잊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성인봉은 울릉도를 울릉도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986m의 성인봉과 수만 년 세월을 간직한 원시림은 내륙의 산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태고의 숨결을 품고 있었다.이끼와 희귀식물이 가득한 숲길을 걷다 보면 마치 인간 세상과는 다른 신비로운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이번 여행은 더욱 특별했다.독도를 다녀온 뒤 경북본부 일행들과 함께 관광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선장님의 설명은 단순한 안내를 넘어 한 편의 인문학 강의 같았다.삼선암과 관음도, 코끼리바위 등 화산활동이 빚어낸 웅장한 해안 절경 앞에서 자연이 만든 거대한 조각품이 이런 것이구나 감탄하게 되었다. 특히 울릉도의 바다는 비린내 대신 맑은 바람 향기가 느껴질 만큼 깨끗하고 투명하여 왜 이곳이 천혜의 섬이라 불리는지 절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구성일 경북부본부장님의 세심한 일정 준비와 배려 덕분에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평생 기억될 추억이 되었다는 것을 함께한 모든 분들의 웃음과 정겨움 속에서 여행은 더욱 따뜻한 의미로 남았다. 울릉도 사람들은 예부터 이 섬을 ‘3무 5다의 섬’이라 불렀다고 한다. 도둑이 없고, 뱀이 없고, 공해가 없으며 물과 돌과 바람이 많고, 향나무와 미인이 많다는 섬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복잡한 도시를 떠나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었다.
문득 울산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이 섬에 와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울릉도의 맑은 공기와 푸른 바다가 잠시 내게 꾸게 한 행복한 욕심이었을 것이다.이제 울릉도는 또 다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과거에는 길이 끊겨 배로 돌아가야 했던 해안길이 일주도로 개통으로 완벽히 이어졌고, 다가오는 2028년에는 울릉공항 시대도 열린다고 한다. 머지않아 배멀미 대신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이 신비의 섬에 닿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그래서일까 나는 다시 꼭 이곳에 오고 싶다.비행기 창문 너머 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다시 성인봉에 올라 그 원시림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싶다. 또 한 사람, 왜 가수이장희선생님께서 세상의 번잡함을 떠나 이 섬에 머물렀는지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울릉도의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 울릉도의 자연은 사람을 쉬게 만든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와 인공의 손길 닿지 않은 원시의 풍경 속에서 그 역시 자신만의 천국을 발견했으리라.옛 울릉도 주민들의 삶 또한 경이롭다. 눈을 견디기 위해 지은 우데기 집, 봄이면 굶주린 목숨을 이어주던 명이나물,거친 파도와 척박한 산비탈을 이겨내며 살아낸 개척민들의 강인함은 오늘의 울릉도를 만든 뿌리였다.
짧았던 3박 4일은 파도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징어와 특산품을 더 사오지 못한 아쉬움도 남지만,마지막 날 잔잔한 바다 위에서기관실까지 직접 보여주시며 친절히 설명해 주시던 선장님의 모습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영일만에 도착해 함께 나눈 저녁식사 또한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었다. 돌아와 생각해 보니 울릉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삶에 지친 마을 쉬게 하고, 잊고 살았던 청춘의 설렘을 다시 꺼내주는 아주 특별한 섬이었다.언젠가 다시 푸른 바다 끝 그 섬으로 떠나는 날, 나는 또다시 성인봉 길 위에서 젊은 날의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가수 이장희 선생님 거주하는 집 저랑 전기차를 운행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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