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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여정(旅情)/▷국내여행(Dom)

부곡온천/우포늪

by 사니조아~ 2025. 12. 21.

25.12.20(토) 1박2일
부곡온천/우포늪 체험과 탑방

20년 만에 다시 찾은 창녕 부곡온천은 계획이라기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 말 그대로 ‘벙개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용 가방 하나,평소 늘 곁에 두는 QRP 무전기 가방 하나를 주섬주섬바 챙겨 들고  울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길을 달렸습니다. 겨울 햇살이 기울 무렵 도착한 부곡면은  기억 속 온천마을보다 조용했고, 그만큼 세월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숙소였습니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무모한 자신감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부곡면 일대는 이미 방을 구하기가 별 따기만큼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부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나 망설이던 찰나, 마치 운명처럼 “마지막 여덟 번째 방”이 남아 있다는 소식 그렇게 어렵게 얻은 한 칸의 방은 그날 밤, 더없이 고마운 쉼터가 되었습니다. 부곡온천은 1972년 6월, 故 신현택 옹의 집념에서 시작되었습니다.부곡면 거문리 땅에 파일을 박고 엔진 소리를 울리며 파 내려간 지 6개월, 지하 63미터에서 솟아오른 것은 무려 78도의 유황온천수였습니다.그 뜨거운 물줄기는 이 작은 마을의 운명을 바꾸었고, 정부는 이곳을 수안보와 함께 관광특구로 지정하며 본격적인 역사를 열었습니다.
1980년대, 부곡온천은 전국 신혼부부들의 추억이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78도의 유황온천수는 노화된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며  미용 효과는 물론 당뇨와 성인병 등 각종 질환에 도움을 준다 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목욕탕 풍경 속에는 웃음과 설렘, 그리고 회복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부곡면에서는 온천축제가 열리고, 창녕군 차원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이어지며 온천 산업은 지역 주민들과 호흡해 왔습니다. 관광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온천은 그렇게 흘러왔습니다.

20년 만의 부곡온천은 화려함보다는 담담함으로,  젊음보다는 연륜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순간,시간은 다시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고 지친 관절과 마음까지 조용히 풀어주는 힘은 여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여행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기억을 다시 찾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부곡온천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온기로 다시 한 번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창녕이라는 고장은 말수가 적지만 단단한 사람들을 길러낸 땅입니다. 앞으로 나서기보다  자기 자리를 지키며  시간 속에서 이름을 남긴 이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홍준표 前 대구시장입니다. 기회가 두번이 있었는데 허접한 사람들로 부터 속임을 당해서  경상도 말로 좋은 기회를 두번이 놓친 정치인입니다. 직설적인 말 표현이긴 해도 아주 똑똑하신 분이시고 앞을 두수 내다보는 인물인데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창녕에서 태어나  거친 정치의 한복판을 오래 걸어온 그는 호불호를 떠나 이 고장의 기질 직설적이고 굽힘 없는 성정(性情)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인물로 기억됩니다.

산처럼 우뚝 서서 비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모습은  창녕의 지형과도 닮아 있습니다. 또 한 사람,직접적인 출생지는 아니지만  정치와 공공의 영역에서  창녕과 인연으로 함께 언급되는 박영선 앵크출신이자 정치인였지요.  역시 이 지역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개혁과 균형을 이야기하며  창녕이라는 지명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정치의 이름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 온 박판덕님은 저와 등산학교 13회 동기 입니다. 리더쉽이 뛰어나고 유머 감각이 유연하고  아주 멋지고 존경 하는 분입니다. , 그리고 현대차 등산분야에서는 두번째 가면 서러울 김태훈님과 같은 인물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능선 위의 땀과 숨으로 창녕을 알린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창녕의 산은 오르는 이를 시험하고, 끝내는 품어 준다고.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것은  사람보다 더 오래 이 땅을 지켜온  우포늪과 그 곁에서 살아온 이름 없는 이들입니다.

비록 신문에 크게 실리지는 않았지만 자연을 지키며  창녕의 가치를 세상에 알린  수많은 주민과 활동가들 역시 이 고장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창녕에서 이름을 알린다는 것은  곧 자신을 오래 견디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뜨겁지도, 요란하지도 않게 그러나 끝까지 자기 색을 지키는 것. 그것이 창녕이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삶의 방식입니다. 

겨울 우포늪은 소리가 잠든 곳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습지는 거대한 침묵의 캔버스, 그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억새를 흔들며 속삭이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을 멈추고 오직 자연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잿빛 하늘 아래, 하얀 몸짓의 큰고니, 재두루미 떼가 날아오르면 겨울은 비로소 생기를 되찾습니다. 사지포, 대대제방 억새밭은 이들을 위한 겨울 왕국이 되어주며, 힘찬 날갯짓은 추위를 잊게 하는 장엄한 서사를 만듭니다.태고의 선비 1억 4천만 년 전 원시 생태계를 품은 우포늪은 겨울이면 더욱 원시적이고 숭고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꽁꽁 언 늪 표면 위로 햇살이 스며들 때, 그 아래 숨 쉬는 생명들의 이야기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발자국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우포늪 생명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정화되고 삶의 지혜를 얻은 듯한 충만함이 밀려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과 영원의 섭리가 교차하는 겨울 우포늪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겨울철 우포늪 탐방 시에는 따뜻한 복장과 함께, 억새밭을 거닐며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조류도감을 준비하면 더욱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춥던지 볼태기가 얼 정도로 중간 쯤 걷다가 그만 돌아 왔습니다. 맛집에서 점심을 잘 먹고 울산의로 귀울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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