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2
■남의 말 먼저 듣기와 말하기

2026년 병오년
새해의 문턱에 서면 우리는 늘 같은
소망을 꺼내 든다.
아프지 말자, 서로 웃으며 지내자,그리고
가능하다면 마음 상할 일 없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를 가장 자주 아프게
한 것은 크고 무거운 사건이 아니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끝까지 듣지 않은
상태에서 대답을 하는지 모른다.
우리 말은 참 빠르다.
내 생각보다 먼저 튀어나오고
마음보다 앞서 상대를 찌른다.
반면 듣는 일은 느리다.
고개를 숙여야 하고
잠시 나를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교신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남의 말은 듣는 데에는 서툴다.
상대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는 반박이 준비되고,
내 이야기를 할 차례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진정한 교신은
말을 잘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잘 듣는 데서 비로소 열린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 말 뒤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겠지.”
이렇게 한 걸음 물러나
상대국의 자리에 잠시 서 보는 것,
그것이 말보다 먼저 와야 할 태도다.
같은 산을 보며
누군가는 '南山'이라 하고
누군가는 '北山'이라 말한다.
틀린 것이 아니라
서 있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북에서 서면 남산이고
남에서 서면 북산이다.'
상대국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그 사람의 자리를 먼저 떠올려 본다면
우리는 조금 덜 화내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감(共感)이란
내 생각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다만,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상대의 마음을 한 번 안아보는 일이다.
새해에는
교신을 많이 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말을
줄이고 듣는 시간을 늘려보면 어떨까?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국이 듣고 싶었던 말을
조금 더 오래 귀 기울여 준다면
우리의 관계는 분명
지금보다 따뜻해질 것이다.
2026년 병오년,
올 한 해는
말하기보다 먼저 듣는 사람,
이해받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무선국으로
서로의 하루를 밝혀주는
조용한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이 상처가 되지 않고
위로가 되는 한 해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부산해운대를 다녀오는 휴게소에서
글/ 채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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