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8(수) 10:00
김초혜 시집을 읽으며 / 어머니를 떠올리다
글 / 채희동
이 책은 특별한 날, 특별한 마음으로 손에 쥔 책이다.
서울XYL 병문안 갔다가 내려오는 서울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시집 한 권이었다. 19.1.月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집.그 제목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뜨겁게 울렸다.기차에 올라, 차창가에 기대 앉아 책을 펼쳤다.서울을 떠나 울산으로 향하는 동안,나는 그 시집을 단숨에 완독했다.그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속에는 한 인간의 일생과그리움의 모든 결이 담겨 있었다.시인은 김초혜(1943년생) 청주여고를 거쳐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대한민국의 대표 여성 시인이다.1964년 등단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꾸준히 시를 써 온 분이며,무엇보다도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서 가장 따뜻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시인이다.
그녀는 소설가 조정래 선생의 아내이기도 하다.남편이 『태백산맥』,『아리랑』, 『 한강』과 같은 대하소설로민족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면,김초혜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과 ‘여성의 마음’을 시로 그려냈다.
한 사람은 민족을 이야기했고,한 사람은 가정을 품었다.두 사람 모두 문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조정래 선생은 아내를 매우 아꼈다고 한다.“당신은 글만 써요, 집안일은 내가 할게요.”
그 말 한마디 속에 담긴 애정과 존중이 참 부럽다.두 사람의 관계 속에는 문학이 있었고,문학 속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책을 덮을 때쯤,나는 오래전 내 어머니의 손길을 떠올렸다.
한평생 자식 걱정에 허리 굽고,밤낮으로 품앗이하며 살아가시던 그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김초혜 시인의 시 한 줄 한 줄이내 어머니의 삶과 닮아 있었다.
문득, 정채봉 시인의 「엄마가 섬 그늘에 굴을 줍고 있을 때」가 떠올랐다.그분 역시 ‘어머니’를 노래한 시인이었다.내 티스토리에도 그의 시를 올린 적이 있었다.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어머니’라는 단어만 들어도마음이 고요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울산역에 내리기 직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그 순간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마치 내 인생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젊은 날의 방황, 부모님의 사랑,그리고 아내의 병실 곁에서 느낀 생명의 소중함까지 모두가 이 시집 속에 녹아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다.내 인생의 어느 고비에서,조용히 등을 다독여 준 친구 같은 책이다.그리고 이제는 다시금 묻는다.
노래:산울림 김창훈 가수
김초혜 – 「어머니」1
한몸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한몸이었다.
내가 세상에 나오던 날
어머니는 울고 나는 울었다.
어머니의 울음은 아픔이었고
나의 울음은 삶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 다른 몸이 되어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나는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내 안에 계신다.
~~~~~~~~~~~~~~~~~~~~~~~~~~~~~
김초혜 – 「어머니」2
어머니는
무엇이든 다 알고 계셨다.
내가 슬픈 날엔
더 맛있는 반찬을 내셨고
내가 아픈 날엔
밤새 내 이마를 짚으셨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다 참고 사셨다.
배고파도, 외로워도, 아파도
말 한마디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다 주고 사셨다.
사랑도, 젊음도, 웃음도
모두 내게 주시고
당신은 빈손으로 가셨다.
이제야 안다.
그때의 밥 냄새, 손 냄새가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향기였음을.
~~~~~~~~~~~~~~~~~~~~~~~~~~~
김초혜 – 「어머니」3
어머니는
봄날의 햇살보다 먼저 일어나
묵은 어둠을 걷어내셨다.
손끝에 굳은살이 박이고
허리는 바람에 휘었지만
당신의 미소는 언제나 따뜻했다.
가난이 밥상 위에 올라앉던 날에도
한 숟가락 덜어 내며
“나는 괜찮다” 하셨다.
나는 몰랐다.
그 ‘괜찮다’ 속에
당신의 청춘이 녹아내리고 있음을.
이제야 알겠다.
세상에서 가장 큰 품은
바다도 산도 아닌,
어머니의 품이었다는 걸.
오늘도 내 마음 한켠엔
당신의 손 냄새가 남아
하루를 견디게 한다.

김초혜 – 「어머니」4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눠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정채봉작가/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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