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31
채희동
"봄비 속에서"
경주 보문단지에
봄비가 살랑살랑 내려
꽃들의 어깨를 적십니다.
수양버들 흐느끼듯 늘어지고
배꽃은 하얀 숨을 고르고
벚꽃은 웃음처럼 터져
세상을 환히 밝힙니다.
사람들은 걸음을 늦추고
손에 쥔 작은 창으로
찰칵, 찰칵
봄을 붙잡으려 애씁니다.
연인들 사이로
우리 같은 부부도
말없이 팔짱을 끼고
애인처럼 걷습니다.
괜히 마음이 붉어져
서로의 눈을 피하며
못 본 척 지나가는 순간에도
봄은 더 깊어집니다.
어느 모퉁이 찻잔 위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그 속에 번지는 오늘의 기억
나는 조용히
이 봄의 한 자락을
글로 쓰 내려갑니다.
<경주보문단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