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0.5.24
대상 : 경주 최영화 빵
경주 남산을 산행하고 하산길 경주 냉면 먹으러 갔다가
옆집 황남빵의 원조 최영화 빵 제과점을 들렸습니다.
평소 지인께서 사다 주는 걸 저도 보답을 하고자 직접 매장을
찾은 셈입니다. 점포는 그렇게 크질 않은데 할머니 사장님께서
너무 친절하시고 인자하신 분이었습니다.
의사가 병을 고치는 것도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절에 가서 종무소 들려 등을 다는 것도
제일 먼저 친절해야 합니다.
친절하지 못하면 아무리 의사가 수술을 잘했다고 해도
잔손이 가는 것은 사실 간호사의 몫입니다. 환자, 보호자에게
불 친절하게 대 하는 것은 병을 악화하는 겁니다, 아닌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속에 그게 맞습니다.
음식점에 손님이 없는 것은 맛집을 떠나서 불친절 사람을 들쓰게 되고
서비스는 결국 손님에게 못 가게 되고 등등이 있습니다.
사찰에 가서 기도를 하고 종무소에 보살들도 먼저 인상부터 쓰고
불편하게 만들면 아무리 스님께서 법문을 잘하시는 큰 스님 일지라도
결국은 종무소 보살의 불친절로 그 사찰을 가지 않고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모던 것이 다 그렇습니다. 울산에서 휴대폰 매장에서도
똑같은 서비스를 가지고 하루에 20대 이상을 개통시키는 집이 있는가
하면 1주일에 1대를 겨우 개통시키는 집은 알고 보면 가격을 폭리
한다던가 이익금을 챙기고 불 친절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경주 황남동을 찾은 것은
고교시절 저를 지도하신 '김정만' 선생님 찾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요 건방인데 하면서 어렴풋하게 생각만 나고 언제 시간
나면 다시 와서 김정만 선생님을 꼭 찾아뵈려고 갔는데
찾질 못하고 뒤 돌아 서고 말았습니다.
일전 스승의 날이고 해서 이번에는 김정만 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
천년고도 경주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다. 경주에 가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불국사와 석굴암이라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것이
'최영화 빵'을 꼽을 수 있습니다.
4대를 이어 78년간 뚝심과 정직으로 구워낸 빵의 부드러움과
구수함의 인기는 한결같다. 그런데 경주하면 '황남빵'인데 왜 이름
생소한 '최영화 빵'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이 빵의 창업자인 고(故) 최영화(1917~1995)옹의 둘째 아들이
'황남빵' 상표를 먼저 확보했고, '최영화 빵'은 맏아들 집안에서 최근에
상표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빵가게를 운영하던 최 옹의 맏아들 최창국 씨는 1998년 고인이 됐고
그의 아들 최주환(41)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할아버지가 물러준 경주시
황오동 307번지(북정로 6)에서 가업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4월부터
새롭게 등록한 '최영화 빵'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경주에는 유난히 빵집이 많다. 최영화 빵이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전국 유명 제품으로 인기를 누리자 너도나도 빵 판매업에 나서면서
시내와 관광지를 중심으로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150개가 넘는다.
물론 전통을 살려 옛 맛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곳도
많이 있겠지만 최영화 빵과 비슷한 짝퉁도 생기고 있다.
최영화빵 가게에는 손님이 줄을 선다. 전국에서 택배 주문도 끊이지 않는다.
갓 구워낸 빵을 한입에 무는 순간, 혀에 닿는 느낌은 표현하기 어렵다.
달라붙지도 않으며 맛을 음미하게 한다. 그리고 꽉 찬 팥소가 터지는
순간 입안에서 퍼지는 맛은 팥고물이 달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단번에
불식시킨다.
닷 맛은 금방 물리게 하지만 최영화 빵은 그렇지 않다. 은근한 맛에
자꾸 손이 가게 된다. 빵이라기보다 과자에 가깝고, 과자라기보다 빵에
가까운 최영화 빵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1937년, 일제강점기 때 최영화 옹이 주린 배를 불려주면서 맛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던 끝에 조상 대대로 집에서 팥을 이용해 만들어
먹던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물한 살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 전통 떡고물이나 찹쌀떡 소로 쓰이던
단팥 소를 빵에 넣어 찌지 않고 굽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최 옹이 개발한 빵은 손자(최주환)로 4대를 이어져 오면서
그 맛을 지키고 있다. 빵의 제조과정에는 특이한 점이 많다.
첫째 창업주 할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방법에 따라 물과 밀가루의
비율과 양, 공정시간, 보관 유지와 당도 조절을 한다. 이는 재료 보관은
물론이고, 팥 속을 만들어 정확한 온도에서 정확한 시간 동안 숙성시키는
과정에 정성을 들이는 것을 말한다.
둘째 밀가루 반죽을 올려 수분이 없어지지 않는 시간 안에
제빵 형태를 만들며, 셋째 시간 타이머가 돌아가지 않는 오븐에서
수작업 불 조절로 한 번에 굽지 않고, 같은 시간에 구워지지 않는
빵은 순차적으로 구워낸다.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이뤄냄으로써 가업의 맛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고, 전 공정을 손으로 해 맛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히 식품업자들이 흔히 유혹되기 쉬운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는다.
'최영화 빵' 상표 등록에 대해 최주환 씨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할아버지가 1937년 노서동(옛 경주시청 서편)에서 제빵업
경영을 시작했고, 1939년 황남동(대릉원 동편)으로 가게를 이전해
온 가족이 정성을 다해 빵을 만들어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