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부터의 침공'과 탄환이론

라디오 대중화 시대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연속극(soap opera)이었다. 1938년 10월 30일, 미국 CBS 의 시추에이션 드라마 '머큐리극장'에서는 〈화성으로부터의 침공(The invasion from Mars)〉이라는 재미있는 공상과학극을 내보냈다. 8시에 시작한 머큐리극장은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과 함께 공상과학극을 시작한다고 고지했다. 이어 간단한 뉴스와 일기예보가 나갔고, 12분경부터는 "거대한 운석이 뉴저지주 한 공장에 떨어졌다"는 긴급 뉴스가 전해졌다. 그리고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화성인이 그 물체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뒤를 이었다. 그 후 45분 동안 CBS는 뉴스 보도의 형식으로 화성인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미국 군인의 동원령과 국무회의가 소집되었고, 화성인과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들이 잇달았다. 내무부장관의 담화문까지 전달됐다. 화성인이 뉴욕으로 접근해 오고 있으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극적인 상황을 더하기 위해 아나운서는 침묵했고 무선기사들의 긴박한 호출소리와 대답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어 5초 동안 방송을 중단한 후, 아나운서는 지금 청취자는 공상과학 방송극을 듣고 있다는 멘트를 들려줬다. 그러고는 연출자가 등장해 머큐리극장의 방송 내용을 해설했다. 아나운서는 다시 이 방송극은 웰스(H. G. Wells)의 공상과학 소설인 『세계전쟁』을 각색한 〈화성으로부터의 침공〉이라는 방송극이었다고 부언했다(Christopher Sterling & John Kittross, 1990).

CBS가 방송 전후와 중간 몇 차례에 걸쳐 실제 상황이 아니라 공상과학극이라는 것을 설명했던 것과 상관없이, 그 결과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 뉴스(형식의 극)를 실제 상황으로 인식했다. 방송을 청취한 많은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 및 물질적 피해가 속출했다. CBS는 공개 사과했고, 미국 연방커뮤니케이션위원회(FCC)는 방송극에서 보도형식 사용을 금지했다.

〈화성으로부터의 침공〉 소동은 새로운 미디어로서 라디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나아가 매스미디어의 효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사회과학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연구 사례를 남겨주었다. 당시 학계에서는 매스미디어의 효과는 "총 맞은 것처럼 강력하다"는 '탄환이론(the bullet theory)'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요컨대 매스미디어는 대중에게 직접적이고 강력하며 획일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가설이었다(차배근, 1999). CBS의 소동은 당시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사례로 활용되었다.

 

라디오 대중화 시대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연속극(soap opera)이었다. 1938년 10월 30일, 미국 CBS 의 시추에이션 드라마 '머큐리극장'에서는 〈화성으로부터의 침공(The invasion from Mars)〉이라는 재미있는 공상과학극을 내보냈다. 8시에 시작한 머큐리극장은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과 함께 공상과학극을 시작한다고 고지했다. 이어 간단한 뉴스와 일기예보가 나갔고, 12분경부터는 "거대한 운석이 뉴저지주 한 공장에 떨어졌다"는 긴급 뉴스가 전해졌다. 그리고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화성인이 그 물체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뒤를 이었다. 그 후 45분 동안 CBS는 뉴스 보도의 형식으로 화성인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미국 군인의 동원령과 국무회의가 소집되었고, 화성인과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들이 잇달았다. 내무부장관의 담화문까지 전달됐다. 화성인이 뉴욕으로 접근해 오고 있으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극적인 상황을 더하기 위해 아나운서는 침묵했고 무선기사들의 긴박한 호출소리와 대답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어 5초 동안 방송을 중단한 후, 아나운서는 지금 청취자는 공상과학 방송극을 듣고 있다는 멘트를 들려줬다. 그러고는 연출자가 등장해 머큐리극장의 방송 내용을 해설했다. 아나운서는 다시 이 방송극은 웰스(H. G. Wells)의 공상과학 소설인 『세계전쟁』을 각색한 〈화성으로부터의 침공〉이라는 방송극이었다고 부언했다(Christopher Sterling & John Kittross, 1990).

CBS가 방송 전후와 중간 몇 차례에 걸쳐 실제 상황이 아니라 공상과학극이라는 것을 설명했던 것과 상관없이, 그 결과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 뉴스(형식의 극)를 실제 상황으로 인식했다. 방송을 청취한 많은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 및 물질적 피해가 속출했다. CBS는 공개 사과했고, 미국 연방커뮤니케이션위원회(FCC)는 방송극에서 보도형식 사용을 금지했다.

〈화성으로부터의 침공〉 소동은 새로운 미디어로서 라디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나아가 매스미디어의 효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사회과학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연구 사례를 남겨주었다. 당시 학계에서는 매스미디어의 효과는 "총 맞은 것처럼 강력하다"는 '탄환이론(the bullet theory)'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요컨대 매스미디어는 대중에게 직접적이고 강력하며 획일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가설이었다(차배근, 1999). CBS의 소동은 당시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사례로 활용되었다.

 

라디오 시대에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내보낼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은 두 가지 차원으로 구체화됐다. 드라마, 버라이어티쇼, 토크쇼 등을 청취자의 수용 시간대에 따라 배치했고,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한 스타일로 접근했다. 보통사람들이 편안히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도록 방송 내용과 접근 기법을 발전시킨 것이다.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라디오의 영향력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시공간적 감각을 바꾸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라디오는 사적(私的) 영역에서 정확한 시간 측정에 일조했다. 라디오가 있기 전부터 시계는 각 가정에 존재했지만, 이는 개별적인 시간을 관리하는 데 주로 기여했다. 이에 반해, 네트워크를 형성한 라디오 방송국은 전국적인 신호를 각 가정에 동시적으로 전달했다. 라디오가 표준화된 국가적 시간을 가정으로 침투시킨 것이다(Shaun Moores, 2000). 또한 광고와 결합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편성은 단위 시간이 판매되어 시간 자체가 이윤화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게 했다(강현두·원용진·전규찬, 1998).

한편 라디오의 메시지는 각 가정의 거실로 파고들며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을 묶어 놓았다. 흩어져 있던 대중(mass)들은 라디오를 통해 '원격친밀성'(Shaun Moores, 2000, 26쪽)을 형성했다. 반면 라디오는 가정의 거실에 놓여 있던 탁자의 기능을 대신했다. 가족 구성원들은 탁자에 모여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라디오의 소리에 개별적으로 귀를 기울였다(강현두·원용진·전규찬, 1998). 가족이 거실 한 공간에 모여 있기는 했지만 라디오가 그 중심을 차지했다. 더구나 1947년 벨(Bell) 연구소에 의해 트랜지스터(transistor)가 발명되자 라디오 청취는 더욱 개별화됐다. 기존의 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는 1940년대 후반부터 라디오의 대중화와 개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값도 싸고 크기가 작은 라디오가 보급되면서 개인적인 라디오 소유가 가능해졌다. 라디오를 손에 쥔 10대들은 더 이상 거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침실과 야외에서 라디오를 즐겼다. 트랜지스터는 거실이라는 공간마저 해체해 버린 것이다. 한편 가족 단위를 벗어나 개별화된 라디오 청취는 오늘날의 10대들이 여전히 그러하듯 그들만의 문화적 정체성과 원격친밀성을 형성하도록 했다. 라디오가 거실로 대변되던 공간적 감각에 변화를 가져다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