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1.5.25
장소 : 현대차 울산공장 내 회의실
제목 : 제12회 현대차 등산학교 입교식
김영례 / 입교소감문
등산교실 예비 모임이 있던 날 남편이 같이 가보자고 했다.
퇴근 후 별 생각없이 따라 나섰는데 산에서 자주 만났던
사람들을 보니 반가움이 앞섰다. 남편과 주위의 권유도
있었지만 평소에 관심 있던 터라 용기를 내어 등산교실에
등록을 하게 됐다.
남편은 결혼전부터 등산마니아였다. 동네 뒷산에만 다녀와도
몸살을 할 정도로 허약했던 나는 남편을 통해 산을 알게 되었다.
7년전 직원연수를 떠나면서 2박3일 지리산 종주코스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남편은 걱정이 되었는지 훈련을 하자고 했다.
두 달여를 앞두고 남편과 함께 혹독한 산행훈련을 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주말이면 근교 산을 다니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덕분에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든 대충 하지 못하는 남편은 스파르타식 훈련의
결과였다.
그 후로 산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주말이면 남편과 근교
산에 다니면서 많은걸 경험하고 나누게 되었다. 건강뿐 아니라
부족했던 부부간의 소통도 원활해졌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함을 느끼게 되면서 점점 등산에 중독이 되어 가고 있었다.
사계절 어느 계절에 어느 산을 가든 좋았다. 같이 가는 사람이
누구라도 좋았다. 언제든 묵묵히 제 자리에서 힘들 땐 용기를
주고 심란할 땐 안정을 찾아주는 친구 같았다. 그뿐 아니라 찌든
마음과 피로에 지친 육체에 활력을 주고 치유해주는 따스한
자연의 손길은 어디서도 맛보지 못할 행복이었다.
산은 내게 고향 같다. 푸근함과 편한뿐 아니라 무언의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처럼 착하게 살라 하고
오르막에선 고개를 숙이라 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체면을 차리고 거드름을 피우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힘들고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기보다
더 많은 권력과 명예를 갖기 위해 애를 쓴다. 정상을 찍고
내리막길에선 어김없이 삶을 반추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길 아닌가.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고 올라올 때 보이지
않던 낮은 곳이 더 잘 보이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숨 가쁘게 가파른 길일수록 내리막길은 아슬아슬하기 마련이다.
남편도 산을 닮은 것 같다. 맑은 날 느닷없이 벼락같은 소낙비를
뿌려 놓고도 변명하지 않는다. 햇살의 뽀얀 미소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주변여건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떼를 쓸 때면
사정없이 찬바람으로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수많은 전설 속에 굽이치는 산 능선을 바라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까이 있는 풀, 꽃,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는 나와는 달리
남편의 시선은 늘 멀리 보이는 능선에 머물러 있다. 묵묵히
기다려 줄수 있고 멀리 바라볼 줄 아는 것은 나보다 훨씬
가파르고 골이 깊은 인생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리라.
두 아이가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면서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등산이 차지하게 되었다. 주말과 휴일을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한주일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고 살다보니 가끔은 나이를 잊게도 해준다. 얼마 전 친구가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갱년기의 증상은 아닌지 나이를 먹어가는게 서글프다며 우울하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나는 자신있게 등산을 권유했다. 불면증도 없어지고, 푸른산만 봐도 가슴이 설레이는 행복이 우울증도 치유해 줄 것이라고....
이쯤되면 산에 중독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든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내가 산과의 열애에 빠져 있는동안 남편의 빈자리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내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남편과 함께 등산교실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이서 함께 할 수 있다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알고 가는길이 넓고 빠르다. 그리고 길이 제대로 보인다. 좋아하고 즐겨하는 등산이지만 좀 더 많은 상식과 기초지식을 익혀 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의 아픔이나 슬픔을 제대로 알아야 깊이 사랑할 수 있는것처럼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서 올바른 등산메니아가 될 것이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는가.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배운만큼 남에게 나눠주고 싶다. 그 또한 산이 가르쳐 준 나눔과 비움의 교훈이다. 그리고 등산교실을 통해 맺어진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기억하고 나누며 살고 싶다.
아울러 물심양면으로 이끌어 주실 강사님과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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