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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여정(旅情)/▷문화예술(藝術)

울주오디세이

by 사니조아~ 2024. 1. 31.


2012년 10월 13일 정오.
신불산 능선 위로 햇살이 내려앉고, 억새는 바람의 결을 따라 은빛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억새의 물결 한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문화체육부와 울주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한
‘영남알프스, 평화로 물들다’.
진행은 홍순관, 무대는 자연, 관객은 산을 오른 이들이었다.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은 능선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기다렸다.
신불산의 바람은 공연의 첫 음처럼 가볍게 불었고,
억새는 그 바람을 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의 막을 열었다.

이날 무대에는
홍순관밴드, 말로, 전제덕, 심성락, 평화의나무합창단, 안은경 등
각자의 소리와 이야기를 지닌 예술가들이 올랐다.
북적임 없이, 소란 없이.
산의 품처럼 넉넉하고 부드러운 흐름으로 공연은 이어졌다.

하모니카의 숨결이 능선을 타고 퍼져 나가면
짙은 구름이 지나가듯 마음 한쪽이 눅눅하게 젖었고,
합창단의 목소리가 간월재를 감싸면
한때 바람에 흔들리던 억새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다.
자연과 음악이 서로의 빈 자리를 메우며 하나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그 평화 속에서 웃었고,
작은 돗자리에 둘러앉아 서로의 어깨에 바람을 나누었다.
일상의 무게를 산 아래에 잠시 내려두고 올라온 이들은
그곳에서 ‘숨’과 ‘쉼’, 그리고 ‘평온’을 되찾았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햇살은 서쪽으로 기울고, 억새는 더 깊은 색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은 다시 구름처럼 흩어져 능선을 내려갔다.
하지만 간월재의 바람 한 조각,
합창단의 마지막 음,
산이 품던 고요한 평화는
그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날 신불산은
하루 동안 ‘평화’라는 한 단어로 물든 거대한 화폭이었다.
자연과 사람이 잠시나마 같은 호흡으로 이어졌던
2012년의 그 가을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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