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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취미활동(挑戰)/▶인문학공부(人文學)

신영복 선생님

by 사니조아~ 2024. 5. 28.

2020.5.20
감옥으로 부터 사색

 

 

 


신영복, 그는 지난 1968년 이른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1심과 2심에서 사형.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그러다 1988년 8월 15일 20년 20일 만에 감옥에서 해방되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었는데 정작 자신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가 당시 읽어 문제가 되었던 책들이 지금은 합법적으로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분단 시대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얼마나 억울한 일을 많이 겪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책은 그 20년 수감 기간 동안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형수,
계수 등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그 편지가 책으로 엮어지리라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또 그것을 위해 쓰지도 않았다.

다만 감옥에 있는 동안 그분이 어떤 생각들로 부대꼈던가를
어떤 형태로든 기록해야 되겠다고 마음먹고, 유일한 집필형식인
편지를 통해 적었다고 한다.

근 400쪽에 이르는 양인데 겹치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이것은 그분이 사고의 깊이와 넓이가 얼마만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1980년 5월 이후의 글 속에는 혹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없나 하고 유심히 살폈지만 단 한 줄도 없었다.
나중에야 그 이유는 검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을 수는 있되 집필은 허락하지 않는 국가 권력의
합법적 폭력기구. 그것이 교도소라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배지에서 마음껏 글을 쓴 정다산, 로사 룩셈부르크와
그람시, 단재 선생을 부러워하였다.

현대 우리의 인권이 조선시대만 못하다는 이야기인 것만
같아 씁쓸했다.
  대부분의 글은 소박한 일상에서 느끼는
깨달음이나 날씨의 변화에 따른 가족들의 염려에 답하는 내용이다.

특히 작은 풀씨 하나가 옥창틀 위에 키워 올리는 생명에
대한 의지, 쇠창살 너머로 보이는 나무 끝에 앉은 새 한 마리에게
보내는 애정은 애절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구절구절 알맞게 꾸미고 빗대는 말도 어쩌면 그렇게 정감이
넘치는지 수첩에 적어두고 외우고 싶을 정도였다. 또 정곡을
찌르는 지혜가 담긴 말은 가슴 서늘한 깨달음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는 무기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담담한 마음자세와 몸가짐에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난 것도 사실이다.

  그의 편지 속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늘 함께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거인들이 생각나서였다. 수감 생활
중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부인과 그 때문에 고아원으로 길거리로
떠돌아다니는 아이를 둔 사람, 평생 호강 한번 못해보고 자식
옥바라지 하는 늙은 부모,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나갔지만 재범
삼범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 이는 더 불행한 사람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