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14.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
◆아버지의 마지막 말
벼농사를 하는 농경민족에게 ‘짚’은 매우 소중한 자원이었습니다. 쌀 수확이 끝난 뒤 부산물(副産物)로 남는 짚은 새끼와 가마니를 비롯해 초가집 지붕과 이엉, 소죽(소 밥), 덕석(멍석), 바구니 등을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짚신도 그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먼 길을 갈 때 여러 켤레의 짚신을 만들어 지니고 갔습니다.
참고로 香(향기 향)은 벼(禾 화)를 햇볕(日)에 말리는 모습입니다. 쌀알이 여물게 하기 위해 햇볕에 말릴 때 나는 냄새가 농부들에게는 최고의 향내가 아니겠습니까. 또 이로울 리(利)는 벼(禾)를 칼(刀)로 벤다는 뜻입니다. 벼를 잘라 수확을 하면 얼마나 이롭겠습니까. 利는 날카롭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예리(銳利)하다”고 할 때의 利입니다.
짚신을 삼아서 시장에 내다 파는 부자(父子)가 있었습니다. 밤늦도록 열심히 짚신을 만들어 장터에 나가 팔았는데, 이상하게도 아버지가 삼은 짚신은 잘 팔리는 데 반해 아들이 만든 짚신은 시원찮았습니다. 힘이 좋은 아들은 아버지보다 더 탄탄히 조이는 등 애를 썼으나 별무소용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별세를 할 때였습니다. 아들은 급히 “아버지! 제가 삼은 짚신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라며 다급히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힘없이 “털~” 하면서 마지막 숨을 거뒀습니다.
장례를 치른 후 아버지가 만든 짚신과 자신이 만든 짚신을 유심히 살펴본 아들은 그제서야 아버지의 마지막 말인 ‘털~’의 의미를 알아냈습니다.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잔털을 깔끔히 다듬은 반면, 자신이 만든 짚신은 거칠거칠했습니다. 그 후 아들은 아버지처럼 털 제거를 철저히 하여 인기 있는 짚신장수가 됐습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는 용이지만 꼬리는 뱀이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시작을 거창하게 해도 마무리를 잘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주말 마무리 잘하세요.(202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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