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1.3.4 17:40
대상 : 귀를 씻다
시인 : 이선식
흐르는 물 옆에 사는 시인의 가슴에는
담수가 들어 차고,또 엎질러졌다.
그 물로 귀를 씻고,영혼을 헹구고,
시어를 잡아올렸다.
양구 출신 이선식 시인의 시집
‘귀를 씻다’를 보면 그렇다.
오랜 서울생활과 사업을 마치고 고향에 온
시인은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는다는
시어(시 ‘신화’중)”를 찾는다.
“죽은 시어(詩語)말고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시어(詩漁)”를.그는 물 속에서,난전
위에서,장대비 안에서 문장들을 데려온다.
“세상의 슬픔들이 몰려가고 있다/
라고 생각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대비 속에 낯선 문장이 서성인다
(중략)
나는 문장들을 데리고 들어와 젖은
몸을 닦아 주고/따끈한 커피를 건넸다
”(‘비를 맞는 문장들’ 중)는 구절이 눈에 띈다.
또 속초 북쪽 바닷가에 문장채집을 나간
시인은 “뒷골목 초라한 난전에서 만난
좌판 바구니에 매혹적인 꼬리만 살짝
보이는 문장을 발견하고 노파에게 물었다
그문장은 얼마요?(‘문장채집 중’)”
라고 적기도 한다.
책은 2011년 첫 시집 ‘시간의 목축’ 이후
10여년만에 엮어낸 두번째 시집이다.
199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국내에 몇 없는 스키리조트 설계사였다.
전북 무주와 정선 하이원,태백 오투,춘천
엘리시안 등 국내 대형 스키리조트에
대부분 참여했으며,평창동계올림픽
다운힐 경기장 설계가 마지막으로 맡은 일이었다.
그러다 2015년 고향 양구 방산면 금악리로
돌아왔다.수입천 강가에 있어 늘 물소리가
나는 집이다.
이 소리로 40여년간 일하며 묻은 것들을
씻어내기로 했다.이 시인은 “요즘 늘 들리는
물소리로 귀를 씻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은 집 이름이 ‘세이헌(洗耳軒)’이다.
시집 제목도 여기서 땄다.이같은 시인의 마음은
양구의 마을 이름이 제목인 시 ‘월명리’에
잘 나타난다.
“어느 날,내 마음이 어디론가 엎질러지고
싶어 안달이 나던 바로 그날,나는 정말 엎질러지고
있었네.(중략)
내일이면 다시 낚시에 걸린 물고기처럼
서울로 딸려갈 때 묻은 영혼을 치대고 헹구며
물빨래하는 분주한 달빛”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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