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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취미활동(挑戰)/▶인문학공부(人文學)

피로사회

by 사니조아~ 2023. 3. 28.

2022-09-17 22:34:50

몇 해 전에 읽었던 책인데 문득 생각이 나서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현시대에 두꺼운 어떤 인문학 책 보다 던져 주는 메세지가 강렬합니다.
읽은 후 독후감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병철이 쓴 <피로사회>는 현대 사회의 파고드는 짧은 철학서이고 심도 있는 에세이다. 
저자는 우울증에 찌든 무기력한 현시대에 새로운 진단을 내린다. 
'긍정성의 과잉'이라는 진단을 말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대사회는 특별히 규정된 법을 제외하고 더 이상 제약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자유 속에서 인간은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다. 
예전의 천민이라는 신분도 노력하면 지주(地主)가 될 수 있고 사장님도 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무한한 노력을 쏟아 재산을 쌓게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자유가 보장되고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이는 타자가 아닌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 붙여 결국 개인의 에너지를 방전시켜 소진증후군과 우울증을 유발했다. 
즉 대상이 단순히 타자에서 자신으로 이동한 것인데 강도는 훨씬 심해져서 성과는 극대화되었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의 핵심이다.

현대사회는 피로사회다.
예컨데 미래사회는 피로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21세기의 사회는 이전의 규율 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성과사회이다.
규율 사회의 키워드가 '복종적 주체, 명령, 부정성, '이라면, 성과사회의 키워드는 '성과 주체, 주도, 긍정성'이다.
성과사회에서는 타자의 의해 억압받지는 않지만, 자기가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착취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스스로 '더 잘할 수 있다, 조금만 더'와 같이 무한 긍정의 프레임으로 자기를 끊임없이 몰아붙이며, 끝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와 결단력이 부재된 '민주주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과사회에서 생산성은 매우 중요하다.
자유의지에 의해 자아가 노동할 때 '할 수 있다'라는 긍정성은, '해야 한다'라는 부정성보다 생산성은 훨씬 더 높아진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 의지일까?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졌던 자유가 개인을 옭아매고 집어삼키는 괴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울증이 살기 위해 발악하는 자신에게서 연유한다는 것은 현대인이 가지는 슬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