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석몰촉 (中石沒鏃)
유방(劉邦)이 건국한 전한(前漢) 시대에 이광(李廣)이라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는 흉노족의 땅과 인접한 농서지방
(감숙성) 출신으로, 특히 활쏘기 즉 궁술(弓術)과 기마술이
뛰어났습니다.
전투를 할 때마다 늘 이겨 ‘상승장군(常勝將軍)’으로 통했습니다.
흉노족들도 그를 ‘비장군(飛將軍)’ 즉 날아다니는 장군으로
부를 정도로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던 거지요.
어느 날, 이광은 해가 질 무렵 산속을 지나다가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를 발견했습니다. 긴장한 그는 일발필살
(一發必殺) 즉 화살 한 발로 반드시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탱탱하게 당겨진 화살이 휙- 날아서 호랑이에게 명중했습니다.
그런데 호랑이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화살이 깊이 박힌 것은 호랑이가 아닌 바위였습니다.
바위에 화살이 박힌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이광은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서 다시 활을 쏘았습니다. 그러나 화살은 돌을
맞히는 순간 튀어 올랐습니다.
몇 번을 더 쏘았으나 역시 바위에서 튕겨나았습니다. 그 때 이광은
깨달았습니다. “내가 처음 활을 쏘았을 때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
생각하고 온정신을 집중했으나, 두 번째부터는 그런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가운데 중, 돌 석, 잠길 몰, 화살 촉. 중석몰촉
(中石沒鏃)입니다. 바위 속에 화살이 꽂혔다는 뜻이지요.
석중석몰촉(射中石沒鏃)이 원말입니다.
참고로 射는 쏠 사, 맞힐 석, 벼슬이름 야,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정신을 집중해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과 같은 뜻입니다.
백수(百獸)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도 작은 초식동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모든 힘을 다합니다. 그래도 사냥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답니다. 하물며 적당히, 건성건성, 대충대충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습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이제 갖 한글을
배운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한 자 한 자 쓰기 위해 몰입하는
모습은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어떤 일에 몰입(沒入)하면
나를 잊어버리는 경지, 즉 무아지경(無我之境)이 됩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성패(승패) 여부를 떠나 자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가장 멋있지 않을까요?(2024.7.26.)
'5.취미활동(挑戰) > ▶인문학공부(人文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순태 박사 (0) | 2024.08.03 |
---|---|
김형석 교수 (0) | 2024.08.03 |
피지섬 (0) | 2024.08.01 |
전문강사 1000명 (4) | 2024.08.01 |
창원의 눈물 (0) | 2024.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