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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취미활동(挑戰)/인문학공부(人文學)

도빙고리(道傍苦李)

by 사니조아~ 2024. 5. 2.

◆도방고리(道傍苦李)
24.5.02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오얏(자두)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큰 나무에 많은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습니다. 이를 본 아이들이 오얏을 따려고 우루루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유독 한 아이는 무덤덤하게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마침 길을 지나던 나그네가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너는 왜 저 아이들과 같이 가지 않느냐?”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저 오얏은 아직 덜 익어서 먹지 못해요.”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아이들이 온 인상을 찡그리며 “퉤퉤퉤”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열매가 아직 익지 않아 떪은 맛 때문에 먹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모습을 본 나그네가 아이에게 “너는 맛도 보지 않고 오얏이 익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알았나?” 아이가 답하길 “만약 맛있게 익었으면, 오가는 사람들이 벌써 따먹었겠지요.”
  여기서 나온 말이 길 도, 곁 방, 쓸 고, 오얏 리 ‘도방고리(道傍苦李)’ 즉 ‘길가의 오얏은 맛이 쓰다’입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오얏을 따먹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혼자 남은 아이의 이름은 동진(東晉)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인 왕융(王戎)입니다. 참 영특하지 않습니까?

이후 도방고리란 ‘쓸 데가 없어 버림받는다(외면 당한다)’는 뜻에서 ‘모두가 찾지 않거나 버리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송(宋)나라 유의경(劉義慶)이 지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가끔 “○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냐?”는 말을 합니다. 곰곰이 살피거나 생각하면 직접 확인(체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래야 시행착오(試行錯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긴 “인생의 절반은 시행착오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 착오를 바로잡는 것이다”는 말도 있습니다. 누구나 한두 번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실수가 서너 번 넘어가면 실력이 없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영리한 말[馬]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린다고 합니다. 이왕 달릴 것, 굳이 채찍을 맞지 않고 가겠다는 것이지요.
  인문학 공부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울러 넓고 깊은 통찰력(洞察力)과 예지력(叡智力), 그리고 혜안(慧眼)을 갖추게 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며칠 흐렸던 날씨가 개고 화창한 아침입니다. 기분 좋게 시작하시고, 좋은 하루 되십시오.(2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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