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29목 울산매일
강 이라 소설가 기고
산대곡박물관은 오는 5월 25일 오후 2시 ‘울주 운흥사지와
불교문화’ 답사를 연다고 밝혔다. 울주 운흥사지는 신라
진평왕(재위 : 579~632)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13개의 암자가 있는 울산 최대의 사찰로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 반계부락의 서북쪽 운흥계곡에 위치해 있다.
고려 말 지공대사가 중건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됐고,
1614년에 대희선사가 재건했다. 『조선왕조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등에 운흥사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 운흥사가 있었던 운흥계곡 일원에는 반계갈참나무,
선자바위, 운흥사지, 수조, 승탑골, 시적사 등 운흥사와
관련된 많은 역사문화자원이 있다.
답사 안내는 울주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이상도 소장이
맡으며, 5월 25일 오후 2시 반계마을회관에서 집결해 출발한다.
참가비는 무료로, 참가 희망자는 5월 11일부터 23일까지
울산공공시설예약서비스(https://yes.ulsan.go.kr/) 또는
052-229-4781로 신청 가능하다. 선착순 20명
출처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https://www.iusm.co.kr)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의 정족산 오른쪽 능선에 운흥사지가 있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 대사가 창건한 절로 알려진 운흥사는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된 후 광해군 6년에 다시 지었다. 당시 운흥사는
13개의 암자가 딸린 큰 사찰로 1,000여 명이 넘는 스님들이 기거하며
수행 정진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봄에 다례재를 보기 위해 처음으로 운흥사지를 찾았다.
여느 폐사지와 다를 바 없이 운흥사지에는 웃자란 풀들이 무성했고
주춧돌과 돌무더기들이 산재해 있었다. 다례재가 봉행 되는 동안
절터를 둘러보는데 계곡 바로 옆에 어른 서넛이 걸터앉기 충분한
정방형의 너른 바위 두 개가 눈에 띄었다. 어떤 용도였는지 몹시
궁금했다.
스님께 여쭤보니 돌의 이름은 닥돌이며 껍질을 벗긴 닥나무를
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잘게 부술 때 쓰던 돌이라 해서 닥돌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부순 닥종이는 한쪽에 있는
돌수조에 담아 불린 후 한지로 만들었고 한지에는 부처님 말씀을
인쇄했다고 한다.
종이 만드는 절, 운흥사는 17세기 후반 조선의 대표적인 불경
출판 장소였다. 당시 해인사에 버금갈 정도의 인쇄 작업을 했고,
현재 통도사의 성보박물관에는 운흥사에서 간행한 불서 16종의
판목 673점이 보관돼 있다. 지금도 종이의 재료인 닥나무가
자생하고 있고 '닥나무 마을'이란 뜻의 '저리(楮里)'도 지명으로
남아 있다.
400여 년 전 운흥사의 닥돌에서 시작된 울산의 서적 간행의
역사는 지금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울산문화관광재단에서는 문화도시 울산 조성을 위한
콘텐츠 활성화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지역 고유의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창작 및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울산에서
활동하는 여러 문예 단체가 지원했고 그 결과 울산을 소재로
한 여러 권의 책이 발간됐다.
울산소설가협회에서 발간한 「울산, 소설이 되다」, 울산문인협회에서
만든 「울산에 산다」, 울산아동문학인협회의 동시·동화집 「책읽는
고래」가 대표적이다. 반구대암각화, 방어진 슬도, 간절곶, 마두희
같은 울산 고유의 테마는 한 편의 시, 수필, 소설이 됐고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울산을 소개하는 문학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장생포 고래 같은 하나의 소재를 시, 수필, 소설 같은 다양한 장르로
접하는 건 신선한 자극이었다. 책을 읽으신 분들이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울산이라는 테마를 문학으로
접하는 경험도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해올 때면 책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만 같아 보람도 컸다.
울산은 여느 도시 못지않게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은
도시이다. 부산과 대구에 비하면 훨씬 적은 문학 인구에도 불구하고
매해 꾸준히 개인 작품집과 단체 문예지를 출판하며 문화도시 울산을
만들고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울산 문학인들의 이런 열정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아마도 운흥사의 닥돌 소리가 지금까지 남아 울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그림과 천전리 각석의 신라시대
명문을 거쳐 조선시대 운흥사의 불경 출판으로 흐른 기록 문화가 문학
DNA로 남아 많은 울산 문학인들의 창작과 출판 활성화로 이어진 것이다.
절은 사라지고 폐사지의 닥돌은 쓸모를 잃었지만 닥돌 소리는 울산의
책 만드는 소리로 살아났다. 잊히기 전에 발굴하고 기록하고 엮어내야
할 울산의 이야기가 아직 많다. 다행히 울산문화관광재단은 올해도
울산의 문인들과 문학 단체에 대한 출판 지원 사업을 추진, 대폭 인상한
지원금으로 창작과 발표, 출판의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는 어느 문인의 글 속에서 운흥사지의 닥돌 소리가 살아나 울산의
책 소리로 멋지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강이라 소설가
출처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https://www.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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