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면자건(唾面自乾)
24 .3. 21 木
남으로부터 심한 모욕(侮辱)을 당할 때, 누구나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밉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성급하게 화를 낸 데 대해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사실, 수양이 웬만히 되지 않고서는 순간적으로 치미는 분노를 참기가 어려운 게 보통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백인당(百忍堂)’이라는 편액(扁額)을 걸어 놓고 ‘백 번만 참자!’며 다짐하기도 했답니다.
누군가 자기 얼굴에 침을 뱉았을 때 닦지 않고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라고 동생에게 말한 형(兄)이 있었습니다.
당(唐) 나라에 누사덕(婁師德)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字)가 종인(宗仁)인 그는 젊은 나이로 진사(進士)에 급제하여 강도현위(江都縣尉)로 제수되었고 뒤에 감찰어사를 지냈습니다. 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는 고종 이치의 황후로 있다가 나중에는 황제(皇帝)까지 했던 대단한 여인입니다. 측천무후 당시 누사덕의 동생이 대주(代州)라는 곳의 고을 원(元)으로 임명받았습니다.
동생이 부임하기 전에 형님에게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형 누사덕은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람을 다스리려면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너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어떻게 할 건가?”
“예, 형님. 그냥 조용히 침을 닦겠습니다.”
그러자 형 누사덕은 “그러면 안 된다. 너가 얼굴을 닦으면 상대는 네가 분노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침이 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려라.”
형님의 말씀을 명심(銘心)한 동생은 새 부임지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타면자건(唾面自乾)’입니다. 침 타, 얼굴 면, 스스로 자, 마를 건. 즉 누가 침을 얼굴에 뱉으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려라는 뜻입니다. <당서唐書> 누사덕전에 나오는 얘깁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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