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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산정(山情)/봄 (春) 산행

청도 운문산

by 사니조아~ 2022. 11. 6.

일시 : 2007.3.20

대상산 : 청도 운문산

눈 덮인 지리산이 부르고 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힘겹고 외롭고 높은 겨울산-. 저 산은 이제 우리들 ‘정신의 희디흰 밥’입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뛰다가 문득 돌아보면 저 눈 덮인

겨울산은 있는 그대로가 무욕의 스승이자 ‘돌아온 탕자들’의 안식처가 아니겠는지요.

그리하여 사계절 중에서 겨울산이 던지는 화두는 더없이 각별합니다. 봄과 여름과 가을의 산은 자연 그대로의 풍요로움으로 이끌지만 겨울산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스승처럼 맵고도 차가운 회초리를 듭니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히말라야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까이 눈 덮인 겨울 산들의 부름에 화답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다만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등산(登山)은 말고 입산(入山)하러 가시길.

등산은 인간의 정복욕과 교만의 길이지만 입산은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정복해야할 것은 마음 속 욕망의

 화산(火山)이지 몸 밖의 산이 아닙니다. 눈 덮인 겨울산이 추우니 당연히 나도 춥고, 산이 목마르고 배고프니 나 또한 마르고 고픈 것이지요.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만 겨울 산행의 백미를 느낄 수 있지요. 그렇지 않고서여 어찌 해발 1000m 이상의 상고대며 설화를 온몸으로 마주하는

감격을 맛볼 수 있겠는지요.

너무나 차고 맑다 못해 희디희게 빛나는 상고대와 설화와 빙화는 꼿꼿한 정신의 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 쌓인 산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보면

 발자국 또한 나를 따라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바로,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 나를 만나러 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지요.

 산 아래의 내가 산꼭대기의 나를 만나러 가는 길. 그러니 나는 산 아래에도 있고, 산 위에도 있으며, 산을 오르는 숨 가쁜 길 위에도 있는 것이지요.

내가 나를 만나러 가는 겨울 산행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숨이 가쁩니다.

저 눈 덮인 산정의 나를 만나러 오르는 길이나 다시 속세의 나를 만나러 하산하는 길이나 우리가 가야할 산길은 모두 하나이지요.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하여 우리들 ‘정신의 흰 밥’인 저 무욕의 겨울산이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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