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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취미활동(挑戰)/▶인문학공부(人文學)

자유인을 눈 앞에 두고

by 사니조아~ 2024. 12. 27.

24.12.27 금

금방이라도 눈이 올 것만 같은 흐린 아침,
시인 기형도가 오고 갔을 것 같은 연무 짙은
태화강  자전거를 타고  속도 25로  달리니
한해 한해  힘이 붙인다.

겨울 철새들이 꽃처럼 떠있는 풍경을 좌우로 퇴락한
잿빛 들판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겨울을 바라보는
시선에 공허함이 적막하도록 젖어든다.

며칠 동안 쓸쓸함에 대하여 애써 태연한 척하려 해도
가슴 시리게 스며드는 스산함을 숨길 수 없다.
숙명처럼 이러한 통증을 겪어야 하는 올 한 해도
저문다.

가난했던 옛날처럼 삶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을까?
서산에  민다리로  한지개  한지개 쌓아 올려  나무 가리
장작 패다가  떠락에  재 놓고 나면  마음도 든든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가은  무두실에서 가출한 지도
40년 흘렀다.

김장에 쌀독 그득 쌀 채워 놓고, 부엌 한컨 연탄 
쟁여 놓으면 그때는 한겨울이 따뜻한 아랫목
 같을 거라 생각되었다.

어린 날엔 그렇게 넉넉히 월동준비를 하고 나면 눈 속에
파묻혀도 따스히 겨울을 날 것처럼 단순하게 생각했다.


60을 넘은  세월을 혼자 사막을 걸어온 듯 허무
하고 세상을 헛 산 것 같아 때로는 외로워질 때가
간혹 있다. 하지만  난 외롭진 않다.

오늘은 네덜란드에서 있는 Mr ROB이라는 무선사
9M2ROB와 서툰 영어로  교신을 했다.

이제 서서히 고립의 움막을 짓고 홀로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할 시간인 듯싶다.

종내 내가 하고픈 속엣말을 홀로 되뇌며 독백처럼 묻어
두지만 희미한 기억 속의 잊히지 않은 인연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게  친구들이 아닌가 싶다.

우듬지 끝에 마지막 남은 잎새처럼 기억에서 흔들리는 얼굴들이
흐린 겨울의 하늘가에서 가물거리고 스산해지는 이별의 계절이 깊어간다.

모두 건강하기를 바램하는 마음으로 낙엽 위에 안부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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