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
24.07.10수요일
귓가에서 빗소리를 들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규칙적인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잠결에 흠뻑 젖은 마음으로 부유浮遊하던 마음의 우기雨期도 있었다.
창밖에 들리는 빗소리는 혼곤하니 마음을 적시며 물 위의 잠 속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고여있던 생각들이 물방울을 튕기며 파열음을 내기도 하지만 소근거리는 물소리로 시냇물이 되기도 하며, 종일 비가 내리는 우기에는 그리운 것도 사라지고 고요한 내 안의 소릴 듣기도 한다.
어릴적 함석지붕에 타전되던 빗소리의 리듬이 그립다.
피아노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템포로 추녀밑으로 떨어지던 빗소리를 들으며 아득한 추억속으로 최면에 들듯 낮잠을 자고 싶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집 안에만 있자니 갑갑하여 무작정 차를 갖고 나와 시내를 벗어나 본다.
차창 밖에는 전운처럼 검은 비구름이 몰려가고 동대산 신흥사 골짜기는 비안개가 푸른 숲을 세수하듯 말갛게 얼굴을 씻고 있다.
방금 내린 빗줄기에 여기저기 작은 도랑이 생기며 붉은 흙탕물이 흘러가고 논배미의 작은 벼들은 모가지까지 물에 잠겨가고 있다.
길을 막는 풀섶은 작은 물방울들이 수정처럼 맺혀 굴러내리고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머리채는 온몸으로 몸부림을 친다.
사노라면 수시로 삶의 찌꺼기와 오물이 쌓여 생의 동맥을 막는다.
짜증도 권태로워질만큼 아귀다툼의 소음들이 지치게도 한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곤곤한 삶의 피로들을 빗소리에 흘려보내고 내 머리속을 비워 잔잔한 호수로 채우고 싶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주춤거리더니 어느새 잦아 든다.
지나간 비에 주홍빛 능소화가 한 소쿠리 떨어져 흥건히 꽃마당을 만들었다.
눅눅해지는 마음의 이완이 모처럼 편한 휴식에 들어 대청 마루에 누워 비 오는 젖은 풍경을 내다 보며 해갈의 촉촉함도 느끼고 싶다.
우기가 시작된 여름 날 오후, 게으르게 누워 잔잔한 음악이라도 듣는 막걸리 한 잔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
기억의 추녀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들이 실로폰소리처럼 맑다.
물 위의 잠이 나룻배처럼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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