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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족화합(道理)/아버지역활(役割)

분실된 계좌번호

by 사니조아~ 2024. 6. 7.

일시 : 2013.9.4
제목 : 제25회 울산공단문학제 출품작품

분실된 계좌번호
                     채희동/글

 

가을 하늘 위로 선선한 바람이 인다. 산과 들엔 가을빛으로 물들고 가로수도 낙엽을 떨 추고 벌써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자연의 이친 모양이다. 세상살이 우리네 삶도 가족의 인연으로 구름처럼

모였다가 바람처럼 흩어지는 것인가 보다. 어머니의 얼굴을 닮은 나의 누님 내 마음에 작은 통장이

 개설 된지 40여년이 되어 간다. 내 어린 시절 바쁜 어머니의 손길 대신 누님이 보살피는 손길 속에서

 자랐다.

그러기에 내 아련한 유년의 추억은 누님과 늘 함께 기억 속에 머물고 있다. 내 계좌에 적금 하나씩

넣어 둔 것처럼 큰 추억 작은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있다. 시집을 가신 누님은 슈퍼 일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한 남편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또 친정에서는 딸로

나에게는 다정한 누님으로 언제나 그렇게 계셨다. 때로는 묵묵히 때로는 다정하게 지금까지 자기의

 맡은 소임을 아무 탈 없이 잘 하시며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연세가 되셨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해야 관절이 부드럽다고 하시면서 여느 때처럼 다시시

던 아침 운동을 나가셨다가 넘어져서 변을 당하셨다. 엉치 뼈를 다치신 것이다. 바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패혈증으로 전이가 되어 지금은 8개월째 병실을 지키며 아무 것도 할 수없는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오늘도 병실에 들려 누님의 손을 꼭 잡고 누님을 아무리 애타게 불러 봐도 누님은 아무런 반응이 없고

그저 야윈 몸으로 멍하니 나만 쳐다보고 계신다. 지난날 같이했던 즐거웠던 추억들을 들려줘 봐도 기억이

 없고, 그냥 초점 잃은 눈으로 나만 쳐다보고 계신다. 이제 나는 그분에게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

눈물로 호소를 해봐도 애타게 불러 봐도 그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누워 계시는 나의 누님, 참으로 딱하고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다. 보낼 수 없다고 눈물 바람에 뒷주머니에서 손수건 한 장 꺼내 들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아무것도 자기 의지로 할 수 없는 송충이만도 못한 나의 누님. 명절이 다가오고 일가가 모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추억의 통장에서 내 누님의 이야기를 하고, 정담을 나누고 웃고 가족의 우애를 돈독히 했는데 이제 그 누님을

놓아 주어야 하나요? 바람으로 흙으로 보내야 하나요? 먼 훗날 우리 가족이 구름처럼 다시 모일 수 있나요.

누님을 보내 드리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어머니처럼 다정했던 나의 누님 그동안 나의

삶에 든든한 분이셨고 의지 했던 분입니다. 고마웠고 사랑했습니다. 누님 아픈 곳이 없는 그곳으로 훌훌 날아가세요.

그리고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다시 만날 가족의 인연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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