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박희선의 서울공대 지리산 학술등반
①
1월 7일 오전 9시40분, 예정보다 약 1시간 연착되어 남원 도착.
지난 밤 시장 속과 같은 열차 속에 서서 한잠도 못 이루었건만 조금도 피로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즉시 내무부 치안국 기동대사령부를 방문하고 사령관으로부터 현 치안상황과 우리의 금번 계획에 기대하는 바 자못 크다는 격려의 말을 들은 그 후, 일편단심 절개를 지킨 춘향이의 이야기가 뭉글뭉글 풍겨나오는 광한루를 구경하고 이 나라와 이 겨레를 위하여 가신 젊은 무명용사들이 고이 잠드신 충혼탑을 참배하였다. 거룩하도다.
트럭은 벌써 구례를 향하여 질풍같이 달린다. 겹겹 산중을 뚫고 나간 차는 오후 3시반 구례에 도착. 구례경찰서에서 역시 치안에 대한 현황과 절대 안심할 수 있지마는 “그래도……” 하는 것이 사람이라 경비에 대한 제 상황과 방법에 대하여 토의하였다.
다시 화엄사로 차를 달렸다.
②
화엄사는 구례읍으로부터 약 4.5km. 우리나라 유수의 사찰로서 그 중 각황전은 우리나라 3대 목조건물 중의 제1위(位)라고 일컫는다. 더욱이 대웅전과 각황전 꼭대기에 있는 청기와는 한눈에 사람을 매혹시킨다.
이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5년(1413년 전)에 연기조사가 이를 창건하고, 화엄교(華嚴敎)의 오지(奧旨)로서 3천제자를 교양하여 전국에 포교선전(布敎宣傳)한 도량이었으므로 화엄사라 명명(命名)한 것이다.
대웅전은 벽암대사가 창건한 바, 내부 장식은 이조(李朝)예술의 극치라 일컫는 바이며, 각황전에는 신라 경덕왕이 의상국사에게 명하여 화엄교의 범한양본(梵漢兩本) 180권을 청석에 조각하여 사면의 벽을 만들었으므로 ‘벽경’이라 하는데, 규모의 방대함과 조각의 우미(優美)함이 예술의 지보(至寶)로 되는 바, 불행히 임진병화(壬辰兵火)에 편편파쇄(片片破碎)되어 현재 1만8천5백여개의 파편이 나무상자에 수장(收藏)되어 있다.
이외 명부전, 나한전, 원통전, 보제루 등 광대한 건물이 즐비하여 규모의 광걸(廣傑)함은 유례가 드물다.
한편 1천3백여년 전에 건립한 적묵당 등의 동5층탑, 서5층탑, 화만석등롱, 관세음보살의 감로병을 표징(表徵)한 승로반(承露盤), 연기조사가 그 모친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건립하였다는 석존사리탑 등의 국보가 수재(數在)하여 그 조각의 기묘함에는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③
1월 8일 우리의 베이스캠프 목표지인 노고단으로 향하였다. 노고단은 화엄사로부터 약 20리여 해발 1500여 미터의 고지로서, 작은 분지가 되어 있다. 아래는 잔잔하고 날씨도 따뜻하건만 노고단 위에 눈이 휘날리는 것이 아래에서도 보인다. 급한 돌로 된 비탈길 위에 더구나 눈이 덮혔고, 어깨 위에서는 힘에 땡기고 둥글고 형편없다.
이곳은 3, 40년 전에 서양선교사들의 하계별장이 있었던 때에는, 부녀자들은 지게 위의 등의자(藤倚子)에 앉아서 올라가는 ‘한국식 케이블카’로, 이 강산의 절경을 구경하였다고 한다. 이 지게를 지는 것도 조합원만이 가진 특전이었고, 한 번 지고 올라가면 논 한 마지기를 벌 수 있었다고 한다.
노고단 마루턱에 올라서니 앙상하게 뼈만 남은 옛 피서촌의 굴뚝과 돌벽만이 눈에 띈다. 전화(戰火)가 휩쓴 상처의 쓰라림이 더욱 역력하다.
세상의 무상함이 다시금 느껴졌다. 노고단은 신라 오악(五岳) 중 남악으로서, 산신선도성모(山神仙桃聖母)를 봉안하고, 성모를 존칭하여 ‘노고(老姑)’라 일컬었다는 노고단의 유래가 있다. 지금도 이 지방민은 이 근처에서 소변을 보는 것조차 꺼리낄 정도로 숭상한다.
④
1월 9일, 노고단에 와 있으면서도 심한 구름과 농무(濃霧)로 인하여 노고단 전경을 아직 못 보았다. 7~8미터 전방이나 겨우 볼 수 있다. 기온은 오후 5시 현재 영하 22도.
A파티는 반야봉 제1캠프 지점 정찰과 수송이다. 쉴 사이 없이 계속 정찰이다.
오전 10시, 날씨는 좀 개인다. 지난 밤 야반의 기온은 영하 29도. 풍속은 분지임에도 불구하고 초속 20미터. 날아갈 듯한 천막 속에서 혹한과 싸우며 잠도 잘 못 잤으나 무릎을 넘는 눈 속에 발을 들여놓으니 저절로 기운이 난다.
남쪽 큰 나무 위에 맺힌 눈꽃과 고드름에는 7색 무지개가 영롱하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실감의 만분의 일도 표현하기 곤란하다. 적합한 말을 찾으며 무심히 걸음을 옮기다 눈이 무너져 옆으로 굴러 나무에 걸렸다. 그대로 한없이 즐겁다.
⑤
반야봉 캠프 지점이다.
적당한 자리에 천막을 치고 왼쪽을 보면, 이 지방민도 한 번 들어가면 사흘을 헤맨다는 비암사(飛岩寺)골, 바른쪽을 내려보니 귀에 익은 ‘피아골’이다. 피아골의 유래는 임진란 때에 몰려드는 왜적을 무찌르던 이 지방의 선민(先民) 왕(王), 이(李), 오(吳), 고(高), 양(梁), 한(韓) 등 7의사(義士)가 중과부적하여 장렬한 최후를 마치매 붉은 피가 이 골짜구니에 흘러흘러 섬진강 기슭을 붉게 물들였다는 데서 피아골의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근년에도 피아골의 이름도 새롭고 붉은 피가 강물을 물들였다니 오호(嗚呼)! 이 겨레 이 백성의 눈물의 고장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 임걸령 샘에 목을 축이니 옛 도둑의 적괴(賊魁)임걸(林傑)이 된 듯하다. 예로부터 지리산은 혁명세력의 온상이었다고 한다.
못 입을 건 바람이요, 알 수 없는 건 구름 속이다. 빠꼼 났던 햇볕은 온데간데 없고 사방 어둠의 장막을 이룬다. 멧돼지는 벌써 다섯 마리나 보았다. 첫 번에는 좀 흥미가 끌리더니 이제는 관심이 없다.
방향을 잃고 지도 콤파스로 방향을 조사하는데, H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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