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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여정(旅情)/▷자연교감(自然)

대운하 반대 도보행진 이원규시인

by 사니조아~ 2023. 6. 24.

제목 : 대운하 반대 도보행진 이원규시인

일시 : 08.5.2

장소 : 청주 모처

박명숙 정명 이원규 ^^^^^^^^^^^^^^^^^^

처음 지리산에 들어와서는 많이 후회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죠. 이제 10년 넘게 지내고 보니 오히려 이곳이 편합니다. 다람쥐, 산토끼 같은 산짐승들과도 친구가 됐지요.”

‘지리산 시인’ 이원규(46)가 오랜 침묵을 깨고 두 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실천문학)와 산문집 ‘지리산 편지’(대교베텔스만).

작가의 여섯번째 시집인 ‘강물도 목이 마르다’에는 생명의 강을 되찾기 위한 도보순례 체험이 담긴 67편의 시가 실렸다. 강원도 황지연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생명의 젖줄을 따라가며 목도한 신음하는 자연의 실체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시커먼 폐수의/얼굴 뭉개진 사내들이 지나간 자리마다/우는 돌이 있고/우는 여자가 있고/우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내 그림자에게 길을 묻다’ 중에서)

고행의 행군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문명에 의해 상처 입은 자연의 아픔을 피부로 느꼈다.“먼 길을 걸어보면 알리라/길이 오히려 길을 막고 있다는 것을/고속 질주의 도로에 사람의 길이 막히고/사람의 길에 야생동물의 길이 막히고 있다는 것을/그대의 마을까지/걷고 걸어서 가려면 위험천만/먼저 목숨부터 내놓아야 하나니”(‘길이 길을 막다’ 중에서)

자연과 하나 돼 지내는 만큼 그의 시 속에는 계절에 대한 감각과 뭇 생명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다.“으름덩굴 짙푸른 그늘 아래/한 평짜리 대나무 평상/에프킬라를 버리고/구례 장터에서 사 온 모기장을 쳤다/닭장에선 암탉이 울고/얼마나 울었는지/토끼장의 토끼는 두 눈이 빨갛다” (‘산중문답’ 중에서)

‘지리산 편지’는 낙동강 1300리와 지리산 850리의 ‘길’ 체험이 담긴 ‘발로 쓴’ 산문집.“오월 지리산의 산빛을 보노라면 눈이 맑아지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산벚꽃이며 산복사꽃들이 지고 마침내 연초록의 바람이 산을 뒤덮으면 시력은 배가되고, 세상이 너무 잘 보이다 못해 문득 어지러울 정도이지요.” 작가가 실어 보내는 오월의 산빛은 정신이 아뜩해질 정도로 푸르르지 않은가.

작가는 종교인·문인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일원으로 지금도 대운하 건설 반대 순례 행진을 벌이고 있다.“대운하라는 한반도 유사 이래 가장 무서운 ‘얼음배’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운하는 희망이 아니라 죽음의 행렬일 뿐입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 얼음배는 마침내 봄이 오고 꽃이 피면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져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봄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오는 봄을 향해 먼저 걸어가자고 제안한다.“세상사 모든 일이 그러하듯, 능동적으로 맞이해야 또한 잘 보낼 수 있습니다. 봄을 잘 맞이한 이는 아쉬운 봄을 배웅하지만 ‘봄날은 간다’는 탄식조의 노래나 부르며 애상에 젖지는 않지요.” 오는 5월24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도보순례 행진이 끝난다는 작가는 “이번 행사가 끝나면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가 2∼3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연에 파묻혀 지낼 작정”이라고 했다.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해 강을 따라 도보 순례를 벌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24일 새로운 투쟁을 약속하며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 12일 경기 김포를 출발한 지 103일 만이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교 성직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단장 이필완 목사)은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 유역 3천리를 순례했다.

4일전 서울에 입성한 순례단은 이날 보신각 앞에서 순례를 마무리하는 '생명과 평화의 강 모심대회'를 열었다. 각 종단별 환영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성한 순례단은 '바닥소리'의 흥겨운 창작 판소리에 맞춰 시민 대행진을 시작했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대운하 고개를 넘어간다.
어머니, 어찌합니까. 젖줄을 어찌하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대운하 반대한다. 개발독재 반대해. 백성들의 외침이 무섭지 않나"

참석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구성진 판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단장인 이필완 목사가 무대에 올랐다. 이 목사는 인사말을 대신해 주말마다 휴식을 반납하고 순례단과 도보순례를 함께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강을 보고 걸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는 광주 서해초등학교 2학년 김여진 학생은 "이명박 대통령 아저씨가 대운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윤준하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공동대표는 회향 환영사를 통해 "순례단의 활동이 가깝게는 전문가의 양심선언을 끌어냈다"고 평가하면서 "(양심고백을 한)김이태 박사가 이 자리에 나오진 않았지만, 김 박사같은 사람에게 큰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공동대표는 "양심 선언으로 계속 나올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백지를 들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15년 째 강가에 살고 있다는 최병성 목사는 대운하가 건설되면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한 희귀 어종들이 다 멸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하 건설을 위해 강 주변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을 경우 여울의 하천바닥 굵은 조약돌에 산란을 하는 어종들이 번식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인 것.

최 목사는 "청계천을 보면 천이 아니라 청계놀이터다. 모든 강을 놀이터로 만들려는 무식한 이명박 아저씨가 왔어야 한다"면서 "운하를 막는 것은 모든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토피를 벗어버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임경복 씨도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시멘트'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임 씨는 "시멘트가 발라져 있는 곳에 물고기를 넣었더니 물고기가 녹아내렸고, 새집으로 이사 간 아이들은 아토피로 피부가 녹아내렸다"며 "상수원에 시멘트 제방을 쌓는 것 역시 아토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비판하는 각계각층의 호소가 이어지는 한편, 박남준 시인이 생명과 평화의 강을 기원하는 시 낭송과 가수 정태춘과 박은옥이 노래 공연을 펼쳐졌다. 이날 문화행사 중 쟁쟁한 유명 인사들을 제치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중학교 3학년 김가람 양.

김양은 "태안에 다녀와서 자연이 한번 파괴되면 복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됐다. 대운하도 환경을 파괴하는 일인데, 다시 복구하기 힘들어 지는 것 아닌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있는 분들에게 힘을 주는 일인 것 같다"며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해 참석자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어 4대 종단 대표들도 생명의 강을 위한 합동 기도와 생명의 강 모심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또다시 절대다수의 국민 뜻을 외면하고 ‘운하 강행’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어느 나라, 어떤 국민을 섬기는지 알 수가 없다"며 "국토와 국민은 개조의 대상이 아니다. 하루 빨리 한반도 운하 백지화를 선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4대 종단의 환경연대와 종교환경회의,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등 전국의 모든 종교·문화·시민·사회단체들과 국내외의 학계와 연구단체, 그리고 온 국민과 더불어 범국민적이고도 범지구적인 운동으로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운하 백지화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 60만 명의 인간 띠 잇기 등과 같은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마침내 한반도가 생명평화 공동체의 땅임을 선언하는 데 온 힘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순례단은 이날 오전 반포대교 북단에서 출발 기도회를 연 뒤 남산-백범광장-숭례문-보신각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대운하 건설 백지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100일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은 이필완 목사와 김민해·양재성·차흥도 목사, 천주교 김규봉 신부, 성공회 김경일·최상석 신부, 수경·도법·지관 스님, 원불교 홍현두 교무, 박남준·이원규 시인, 명호씨 등이다. 문규현 신부와 최완택·이현주 목사, 법륜 스님 등은 부정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순례단을 뒷바라지했고, 이 밖에 정계·학계·문화계·종교계 인사와 시민 2만여명이 순례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규, 정명, 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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