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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맥(人脈)/▶오랜 벗(友情)

29년만의 수업(도정기 셈)

by 사니조아~ 2023. 6. 21.

                                                                              
 제목 : 29년만의 수업.
도정기 선생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그때가 언제 입니까?
벌써 초등학교 졸업30주년  오래전입니다.

별고 없으시고 건강하게 게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누군지 아시죠
인사 드릴께요 6~2반  소속을 둔  채희동
인사드립니다 .

  6~6반 담임 도정기 선생님께서 직접  가은초
졸업30주년을 행사에 오셔서  퇴임후  
수필형식으로 쓰신글을  제가  이렇게   스크랩
했습니다 ^^

청도초 교장으로   퇴직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29년만의 수업일기 잘 읽었습니다. 그 때 그 시절로 되 돌아가서
그 감정을 글로 쓴 다는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데 말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길 두손
모음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낮 설고 물 설은 문경시 가은읍 가은초등학교는 
나의 초임지다. 

  가은읍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속의
작은 도시 같았다. 학교는 본관 3층에 2층과 단층 .
건물이 여러 동으로 본교 45학급에 분교장 2학급으로
학생은 3,000여 명에 아주 큰 학교였다. 

학부형들은 대다수 국영 광산인 은성탄광에 종사한다.
첫해에는 3학년 담임을 맡았고 이듬해인 75년에는
 6학년 6반 담임을 맡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59명이라 교실은 콩나물시루
같다. 햇병아리 교사라 최선을 다했지만 좌충 우돌에
정신없이 1년을 보내고 처음으로 제자들 졸업시키는
기쁨을 맛보았다.
 
 졸업후 29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제자들 반창회에
선생님을 모시겠다고 연락이 왔다. 정말 희소식
중의 희소식이 아닌가! 

코흘리개 악동들이 사십 대 초반의 중년이 되었을
텐데 모두 어떤 모습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책장 속에 잠자고 있던 사진첩들을 들추어 ‘졸업기념 제43회
가은초등학교’란 간판 달고 있는 졸업앨범을 찾아냈다. 
나의 사진을 앞세우고  59명 제자의 사진과 이름이 줄지어
앉아 있다. 

시계를 29년 전으로 돌려놓고 한 학생 한 학생 사진과 이름을
대조하며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하얀 백지다.

   만날 날이 다가오니 초대받았을 때의 반가움과
슬램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제자들은 나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제자들은 나를 알아볼 텐데 나는 알아보지
못하면 얼마나 서운해할까?

29년 만의 수업인데 출석은 불러 줘야 할 것 아닌가. 
출석도 제대로 못 불러주면 무정한 선생이라 원망하지 않을까?
 졸업 앨범 펼쳐놓고 밤새워 수업준비 해보지만 역시 희미한 안개 속이다.

  드디어 29년 만에 수업하러 가는 날이다. 가는 길에 꽃 가게에 들렸다. 
장미꽃 한 송이씩 따로따로 예쁘게 포장해 쉰아홉 송이는 제자들 것
남는 한 송이는 내 것 이렇게 예순 송이를 쌌다. 

아직도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담아 출석 부르면서 줄려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제자들이 마치 조폭들이 두목 맞이하듯 두 줄로
늘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맞다. 너희들은 말썽꾸러기 악동들이었고 나는 악동들의
무시무시한 두목이 아니었던가. 

며칠 밤을 꼬박새워 수업준비 한다고 했는데도 누구
하나 얼른 알아볼 수 없었다. 두목 앉혀 놓고 조회
시간을 흉내라도 내듯 “차렷 경례” 구령에 맞춰
큰절을 하였다. 

스승의 날도 아닌데 스승의 노래까지 불러주니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동자엔 이슬이 맺혔다.
이제 출석 불러야지. 

한 사람씩 차례로 자기 이름과 근황 소개할 때
준비해온 장미꽃을 건너며 자세히 보니 그때 그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되살아났다. 

모두가 한 사람의 남편 되고 아내 되어 아들딸
키우며 각자의 위치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단다. 

그래 너희들이 누구 제자인데! 장하다. 정말 장하다.
 각자 6학년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정다운 대화에
소주잔을 나누었다. 취기가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니 내가 미처  몰랐던 무용담들이 끝없는
실타래처럼 줄줄이 이어졌다.

29년 만의 정말 즐겁고 아름다운 수업이었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질 때 내년에는
가은읍 내 4개 초등학교 76년 졸업생 연합 졸업 
30주년 사은의 밤 행사를 하니 꼭 오셔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꼭 참석하겠노라 약속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은
벌써 1년 후로 달려갔다. 햇병아리 교사 때라
잘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찾아주고 환대해주니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1년 후, 사은의 밤 행사장인 문경 한성연수원
(옛 서성초등학교) 으로 차를 몰았다. 보고픈 제자들 만난다는
들뜬 마음에 가속페달을 밟는 발에 나도 모르게 힘이 실렸다. 

두 시간여를 달려 도착하니 제자들이 반갑게 맞이
해주었다. 지난해 반창회 때 만났던 제자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30년 만에 처음 만나는
제자들은 모습과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낯선 중년들이었다.
서산 그림자 길게 드리울 때 옆 반 학생이었던
코미디언 김종국의 사회로 사은의 밤은
시작되었다. 

친한 동료 코미디언 몇 명 데려와 특별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워주었다. 

모두 흥에 겨워 서먹함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자들이 훌륭한 사람 되는 것이 큰 보람이라면
이런 것도 작은 보람이라면 보람일 것이다.
 
  40년간의 교직 생활에 많은 제자가 있지만, 초임지의 첫
졸업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9년 만의
수업과 졸업 30주년 사은의 밤 행사때 제자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은 잊을 수가 없다. 

그후  또 한 번의 강산이 변했으니 이제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가 된 제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제자들! 부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 누리길....

17.05.11 19:59 작성

죽암 도정기
청도초등학교 교장 
황조근정훈장 
근무일 (42년10년 05일)
퇴직일 (14.2.28)

공적사항 
 40년간 연구학교 운영, 학력향상과 인성교육, 꿈과
끼 키우기, 학교체육 발전 및 교기육성, 청소년
단체육성, 독서교육, 학부모교육 및 독도교육에
기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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